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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로 데뷔한 부지영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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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장편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下)에서 “가족의 새로운 모습, 자매들의 연대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부지영 감독. [김성룡 기자]

최근 1~2년 새 우리 영화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의 데뷔다. ‘추격자’ 나홍진, ‘영화는 영화다’ 강훈, ‘미쓰 홍당무’ 이경미, ‘똥파리’ 양익준이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지난주 개봉해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이하 ‘지금 이대로’)의 부지영(38) 감독도 이 대열에 합류할 기대주다.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선=‘지금 이대로’는 성격도, 아버지도 다른 자매가 아버지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다가 가족을 둘러싼 놀라운 비밀을 알게되는 이야기다. 주제를 함축하는 반전이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식스센스’ 이후 최고 반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여성 감독의 힘을 보여준다”(남인영 동서대 교수)는 평이 나왔다.

“친언니와 여행 중 구상했다”는 영화는 자매애를 담은 로드무비다. 동시에 아버지 어머니로 구성되지 않으면 ‘결손가정’ 딱지를 붙이는 통념에 맞서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꾸 혈연을 따지지만 누구든 그를 키워준 사람이 가족 아닐까요? 가족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데, ‘가족이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오히려 문제를 낳는 것 같아요. 가족을 ‘너무 끈끈하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느슨한 연대감의 커뮤니티’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또 가족이 다양해져야 사회가 다양해진다고 믿어요.”

영화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여자들끼리 북적대며 자란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도 일부 녹아있다. 부지영 감독은 제주도 출신. 영화의 배경도 제주도다. “모든 것을 품어내는 여성성의 섬 제주도, 가부장적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제주도 여자의 진취적인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 실제 극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자매의 엄마는, 감독이 그려낸 제주도 여성의 초상이다.

“본능적으로 주변의 약한 존재들을 연민하고 품어내는 사람이죠.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이 그런 것 같아요.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는 제주도 엄마들도 그렇구요.” 엄마 역의 배우는 감독이 직접 녹음한 최고난도 제주도 사투리를 따라 연습해야 했다.

◆자매역 공효진·신민아의 힘=영화는 자매를 연기한 공효진과 신민아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의해 더욱 빛난다. 특히 먼저 출연의사를 밝혀온 신민아의 성숙이 눈에 띈다. “민아씨를 직접 만나보니까 의외로 어른스러웠어요. 자기존중감, 자기는 남다른 존재라는 믿음도 강했구요. 사실 극중 역할이 딱 그런 애잖아요. 촬영내내 손도 잡아주고 언니처럼 편안하게 대했는데, 그동안 남자감독들하고만 일해선지 이걸 아주 편안하게 생각하더라고요.”(웃음)

“효진씨요? 세트에 들어가면 그 세트가 자기 집처럼 보이는 배우있잖았요? 캐릭터에 현실의 옷을 입히는 배우, 그런 배우예요.”

가장 힘들었던 촬영은 자매가 폭우 속에 실강이하는 장면. “비 속에 눈뜨기도 힘든 상태에서 몰입하면서 말싸움을 해야했으니까요. 또 엄청 추웠어요. 저는 삼중내의를 입었지만 배우들은 랩 감고 얇은 옷 차림이라 고생 많았죠.” 하이라이트 눈물연기에서 신민아의 눈물이 멈추지 않아 탈수를 막느라 물을 마셔가며 울었던 장면도 인상적으로 기억했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연출부와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스크립터 출신인 부 감독은 5세와 6세 두 딸을 두고 있는 엄마 감독. ‘그때 그사람들’ ‘바람난 가족’ 으로 유명한 김우형 촬영 감독이 남편이다. 

양성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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