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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연예인도 공인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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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연예계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장자연 자살 사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마약 스캔들이 터졌다. TV 드라마 ‘궁’의 주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주지훈씨가 마약 성분 환각제를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환각제는 동료 여자 영화배우가 일본에서 몰래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연예인이 직접 마약 공급책으로 나섰다가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니 부끄러운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됐다. 더구나 주지훈씨는 국내를 넘어 한류 붐의 일원으로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팬 미팅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 절제, 최소한의 ‘공인’ 의식이 있었다면 마약 따위는 꿈조차 꾸지 말았어야 했다.

연예인이 낀 마약·도박 스캔들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손으로 꼽기 민망할 정도다. 황수정·신해철·싸이 등이 마약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해외 원정 도박, 인터넷 도박으로 지탄 받은 연예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쯤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슬그머니 연예계에 복귀하는 일이 관행처럼 되풀이돼 왔다. 차라리 뒷골목 폭력 조직에서 벌어진 마약 사건이었다면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하면 그뿐일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청소년이 우상으로 여기는 연예인 사이에서 일탈이 반복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연예인은 대마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도 모자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경축한다”고 칭송하고, 청소년을 가르친다는 대형 사설학원은 그를 광고 모델로 모시기도 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기부 천사’로 칭송 받는 가수 김장훈, 영화배우 문근영 등 대다수 연예인이 애써 쌓아 올린 긍정적인 이미지를 몇몇 미꾸라지들이 먹칠해서야 되겠는가.

며칠 전 일본의 톱스타 구사나기 쓰요시가 도쿄의 한 공원에서 알몸 소동을 벌이다 체포된 일의 뒤처리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경찰은 경범죄에 불과한 그의 행위에 대해 마약 흡입 여부를 별도로 조사한다며 소변검사·가택수색까지 했다. 도요타자동차 등 구사나기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은 즉시 광고를 중단했다. 공인의 무게에 상응하는 ‘책임’을 단단히 물은 것이다.

연예인들은 극소수 스타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열악한 상황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연예산업 진흥을 법률로 뒷받침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아무리 여건이 나아진다 해도 자기 절제와 책임감 없이는 불미스러운 소동이 되풀이될 것이다. 연예계는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공인 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