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도전한다]2.변호사 문서관리시스템 개발한 고성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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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중인 고성운 (高聖雲.29.미국명 다니엘 고) 씨는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소송기록 더미에 묻혀 사는 것이 지겨워 이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아예 벤처기업가로 인생길을 바꿨다.

高씨는 요즘 벤처기업가로서 변호사 이상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개발한 '변호사 문서관리시스템' 은 방대한 분량의 소송기록을 PC에 손쉽게 입력.조회할 수 있는 기술. 高씨는 법조계에 정보화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난해초 친구들과 회사 (시디롬나우) 를 설립하기 전까지 그는 유명한 칼텍 (CAL Tech.응용수학 전공) 과 스탠포드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였다.

그는 "변호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한국적 관념을 가진 부모님들이 거세게 말렸다.

그러나 더 큰 '모험의 바다' 에 뛰어들고 싶다는 꿈을 설명드려 양해를 구했다" 고 말했다.

그의 개발 동기는 '변호사들이 문서에 파묻혀 산다' 는 데서 시작됐다.

기업 인수합병 (M&A) 분야에선 소송기록이 2천만 쪽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제품 원리는 소송기록 내용을 스캐너로 읽은 뒤 광문자인식기 (OCR) 를 거쳐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하는 것이다.

핵심 기술은 정확한 단어인식 능력. 일반.특수 용어사전을 이용해 98% 이상의 문자 인식률을 갖췄고 주제어 검색도 가능해 시판중인 경쟁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서관리가 데이터베이스 방식과 달리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폴더를 근간으로 설계돼 있어 구조변경이 쉽고 자료검색도 매우 빠르다.

高씨는 지난해초 대학동창 3명 등과 7만달러를 확보, 사업에 나서 오는 3월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 변호사사무실 시장에도 진출, 최근 벤처기업인 소프트텍코리아와 투자.기술협력 계약을 맺었다.

회사 운영도 모험가답게 독특하다.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미래시점에서 일정 액면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숀 보다 발전된 보상제도를 도입한 것. 이는 직원들에게 더 유리하도록 판매 증대 비율대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미 시험용 버전을 현지의 변호사사무실 세 곳에 제공하고 창업자금 이상을 받아냈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제품을 시험하면서 매출도 올린 셈이다.

마케팅도 변호사 컴퓨터컨설턴트와 문서 스캐닝 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高씨는 "올해 50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틈새시장부터 넓혀나가겠다" 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 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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