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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과거는 잊어라, 흙과 불의 실험정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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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4면

모험이 빛났다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는 여섯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국제공모전 입상작을 전시하는 ‘국제공모전’, 세계 도자의 경향을 보여 주는 ‘세계현대도자전’, 최신 도자 트렌드를 반영한 ‘세라믹 Space&Life’, 한국 현대도예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한국현대도자특별전’, 전통문화의 조형정신을 계승·발전시킨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분원백자의 절제된 미의식을 보여 주는 ‘분원백자전’ 등이다.
전시 작품 중에는 작가의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특히 ‘세계현대도자전’은 작가들의 독창성이 가장 두드러진 전시회다.

2009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일본 도예가 쓰요시 시마의 작품 ‘거대한 삼나무의 거룩한 영혼’(사진 10)은 높이 1m84㎝, 무게 1.1t의 ‘거대한’ 작품이다. ‘이렇게 큰 가마가 있을까’ ‘이렇게 무거운 작품을 어떻게 가마에 집어넣었을까’란 의문부터 생긴다. 제작 방법도 독특하다. 나무 내부를 여러 차례 태워 거푸집으로 만들어 썼다. 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린 솜씨가 대단하다.

폴란드 출신 도자 디자이너 마렉 세큘라는 19세기 유럽 스타일의 찻잔을 일본식 가마에서 장작 소성(燒成ㆍ가마에서 굽는 과정)해 만든 ‘인 더스트 리얼-21세기의 3개의 컵 2005’(사진 7)를 선보였다. 불의 예측 불가능성에 기댄 작품이다. “고온 소성 단계에서 융해된 잿가루로 끊임없이 색을 입히는 불길의 창조적인 행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색다른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캐나다 도예가 웬디 웰게이트의 작품 ‘내가 가고 있을 때 2007’(사진 5)은 대량생산 과정에서 빚어지는 정체성 상실을 경고하고 있다. 장난감 동물은 현대 사회에서 무제한 생산되는 복제품을 상징한다.

생활 속 도자기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서 도자예술의 가치가 점점 더해 가고 있다 해서 생활용품으로서의 쓰임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기에 집중됐던 도자기의 용도가 생활공간 전체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국제공모전 생활 부문 수상작인 ‘우아한 만찬’(사진 12)은 독일의 도자기 회사 헤링 베를린(디자이너 스테파니 헤링 에스링어)의 제품이다. 심사위원 가비 드발트는 “서로 다른 높이의 식기들이 완벽한 비율의 높낮이를 보여 주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또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에서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도예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정용씨의 ‘백자수반’(사진 9)이 대상을 받았다. 백자토를 넓게 물레 성형해 원통형으로 만든 뒤 다각형으로 면을 깎았다. 또 굽바닥을 일정한 크기로 규칙적으로 도려내 빈 공간이 은근히 드러나도록 했다.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과 전통백자의 질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도자기가 공간예술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현장은 여주세계생활도자관에서 열리는 ‘세라믹 Space&Life’전에서 볼 수 있다. 도자기가 벽으로, 문으로, 인테리어 오브제로 응용된 자리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등을 주제로 꾸며 놓은 일곱 개의 방도 볼만한 전시다. 예를 들어 ‘월’ 방의 주인공은 백자 달항아리다. 욕심 없는 비정형 속 균형미와 간결하고 기품 있는 선, 온화한 유백색의 빛 등이 보름달의 넉넉함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 방(사진 11)에 자리 잡은 도자기들은 하나같이 곡선을 강조하고 있다. 물의 본질인 유연함이 도자기의 원재료 흙의 융통성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2001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가 5회째다. 전시회와 함께 국제학술회의ㆍ국제도자퍼포먼스ㆍ클레이 페스티벌 등이 진행된다. 흙 밟기, 흙 던지기, 물레 성형, 핸드페인팅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도자 체험행사도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저렴한 편이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가족권(4인) 1만2000원이며, 티켓링크(ticketlink.co.kr) 등을 통해 예매하면 20%이상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입장권 한 장으로 이천과 광주ㆍ여주 세 곳의 모든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다.

1. 파도 사토코 후지카사(일본), 68×73×53㎝, 석기점토, 손성형, 석고틀성형. 올해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조형도자 부문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2. 과거-미래 2008 스티븐 몽고메리(미국), 160×38×170㎝, 도기, 채색, 시유, 가압성형. 기계 부속의 질감과 색채를 오직 도자만으로 재현해냈다.

3.기하학에 대한 탐구 안 반 호이(벨기에), 180×30×15㎝, 점토, 판성형, 석고틀성형. 국제공모전 조형도자 부문 동상을 받았다

4. 푸레도기 항아리2 김세열(한국), 48×48×45㎝, 옹기토, 푸레기법, 옹기 물레 판장기법, 타렴, 장작가마 소성.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동상작.

5. 내가 가고 있을 때 2007 웬디 웰게이트(캐나다), 53×25×73㎝, 백색 도기토, 시골풍의 금속 장난감차, 석고주입성형, 시유, 소성. 언뜻 가볍고 즉흥적인 작품으로 보이지만 정체성 상실을 경고하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6.다섯 결의 흔적 156,159,168,170,172 2008 쉐릴 앤 토머스(미국), 67×54×51㎝, 색채자기, 코일링, 복합소성. 흙을 가늘게 말아 쌓아 올리는 코일링 기법을 써서 마치 직물이 자연스럽게 구겨진 듯 표현했다.

7. 인 더스트 리얼-21세기의 3개의 컵 2005 마렉 세큘라(폴란드&미국), 25×25×30㎝, 산업 자기, 장작소성, 금채. 예술과 공예, 그리고 디자인을 창조적 충돌의 장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불’을 통해 대량생산된 자기를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으로 변형시켰다.

8. 차원적 전환 시리즈 #4 브라이언 카카스(미국), 60×89×74㎝, 백색 석기점토, 손성형, 판성형, 틀성형, 산화소성. 유기적인 곡면과 선, 구조적인 특성이 돋보이는 작품. 흙의 물성에 대한 한계와 변화를 조형적으로 강조했다. 국제공모전 조형도자 부문 은상 수상작이다.

9. 백자수반 한정용(한국), 31×31×11.3㎝, 백자토, 물레성형, 면깎기.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대상작.

10. 거대한 삼나무의 거룩한 영혼 쓰요시 시마(일본), 160×150×184㎝, 도자, 목재번조틀성형. 죽음과 생명의 부활이라는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11. 물결 위에 비친 꽃잎 안정윤(한국), 백자토, 손성형. 강 위에 꽃을 띄워 보내는 종교적인 장면을 모티브 삼아 만든 작품이다. ‘세라믹 Space&Life’전의 ‘물’의 방을 장식했다.

12.우아한 만찬 스테파니 헤링 에스링어(독일), 130×85×15㎝, 자기점토, 기계물레성형, 왁스기법. 국제공모전 생활도자 부문 금상 수상작. 도자예술의 기능성과 조형성이 함께 어우러졌다.

13. 사유의 공간 십우도 김순식(한국), 혼합토, 동, 동판 위에 도자기를 짜맞춤. 마음의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과정을 담은 도자벽화, 도자와 철을 혼합해 만든 가구 등으로 자아 성찰을 위한 공간을 꾸몄다.

14. 기억 080902 서병호(한국), 66×66×83㎝, 혼합점토, 테라시질라타, 판성형, 코일링, 흑유. 국제공모전 조형도자 부문 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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