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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도 맘에 안 드는 20%는 깨 버려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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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5면

장식장 속 전통 도자기가 식탁으로 내려오기까지에는 도자기 제조업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고급 도자기 제조업체로 꼽히는 광주요 이기형(41ㆍ사진) 개발팀장의 말을 들어 정리했다. 1963년 설립된 광주요의 초창기 사업은 조선시대 광주 관요의 전통 다기 고증 및 재현에 집중됐다. 그러다 88년 현 조태권 회장이 부임하면서 전통 도자기 대중화 사업이 시작됐다. 분청사기ㆍ진사자기 등 전통 도자기를 밥그릇ㆍ국그릇으로 빚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도자기 제조업체 광주요 이기형 개발팀장

우리 전통 도자기는 산업화 이후 설 자리가 없었다.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 밀렸고, 이어 서양 도자기인 본차이나의 습격을 받았다. 16세기까지만 해도 도자기는 중국과 한반도에서만 만들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동양 도자기에 열등감을 갖고 있던 서양 사람들이 흙에 동물 뼛가루를 집어넣어 만든 게 바로 본차이나다.

그런데도 마치 본차이나가 원조 도자기인 양, 명품인 양 취급받았으니 참 아쉬운 일이다. 우리 전통 도자기가 재평가받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무렵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다. 광주요 제품도 처음에는 주로 예단용으로 많이 팔렸으나, 점차 일반 생활자기 쪽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90년대 들어 각 대학 도예학과에서 개인 작가들이 많이 배출된 것도 전통 도자기 대중화에 한몫했다. 이들이 젊은 감각으로 내놓은 전통 도자기의 새로운 디자인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광주요는 분청사기 기법, 백자청화 기법, 조각 기법, 상감 기법, 박지 기법 등 다양한 전통 도자기 제조 기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기계화할 수 없는 공정이 많아 상당 부분을 수작업으로 한다. 가마는 나무를 때는 전통 가마 대신 가스 가마를 주로 사용한다. 전통 가마는 연료비만도 가스 가마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TV 다큐멘터리를 보면 도공들이 가마에서 꺼낸 도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깨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공장에서 도자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광주요 이천 공장에서는 매일 400∼500개의 그릇을 구워내는데, 이 중 20% 정도는 깨 버린다.

아직 전통 도자기를 생활식기로 사용하는 가정은 30% 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겁고 잘 깨질 것이란 선입견 탓도 크다. 그래서 더 얇고, 강하고, 가벼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식기 이외의 생활 소품으로도 개발 중이다. 이미 도자기 세면대와 의자(사진) 등은 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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