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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치밀해도 불이 용납 안 할 때 있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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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5면

2009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조형부문에서 대상 없는 금상을 받은 도예가 서병호(49ㆍ사진)씨를 만났다. 충북 음성 그의 작업실에서였다. 그곳에서 그는 도방(‘도산도방’) 운영도 함께 한다. 생업을 위해서다. 도방에는 판매를 앞둔 컵과 접시 등 생활 도자기들이 빼곡했다.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금상 서병호씨'

-수상 작품(‘기억080902’) 설명을 해달라.
“돌절구에서 이미지를 따왔다. 어머니 품처럼 푸근한 느낌을 강조했다. 옛 옹기 제작 기법을 응용했다. 중량감을 보여주기 위해 점토판을 안에다 한번 쌓고, 바깥에서 다시 한번 쌓았다. 색을 낼 때는 ‘테라시질라타(입자 크기 1㎛ 정도로 정제된 흙물을 뜻함)’ 기법을 썼다. 세 번째 소성을 하기 전에 옹기 흙물을 유약처럼 발라 따뜻한 붉은 색을 낸 것이다.”
(그의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목가적이며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형태로 한국의 완만한 산들을 연상케 한다’‘테라시질라타의 강렬한 색채는 전통적 원시성을 느끼게 한다’ 등으로 평했다)

-왜 이 작품을 만들었나.
“도자기 만드는 작업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그러다 보니 자꾸 타협하게 됐다. ‘이 정도면 되잖아’라며 처음 의도와 다르게 작품을 마무리하게 된다. 완성작을 보면서 항상 아쉽고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자’ 마음 먹고 공모전에 도전했다. 1993년 첫 번째 개인전에 출품했던 ‘돌절구’에서 테마를 가져온 것도 초심을 다지기 위해서다.”

-도방에서 만든 생활도자기들은 잘 팔리나.
“아니다. 월 매출이 200만원이 채 안 된다. 84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도 못하다. 경기 침체와 도방 난립 등이 그 이유다. 값도 제대로 못 받는다. 부부 컵세트가 80년대부터 줄곧 2만5000∼3만원 수준이다. 아내가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을 해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그런데도 도자기를 만드는 이유는.
“도자기는 언제나 한결같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결같다는 것이다. 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내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작업을 해도, 가마 안에서 불이 그 의도를 용납 안 할 때가 많다. 올해로 도자기 한 지 30년째다. 가마에 불을 땐 횟수만 1000회가 넘는다. 그렇게 작업을 많이 했는데도 가마를 열 때마다 아직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의도와 다르게 나오는 데 따른 긴장감. 그게 도자기의 매력이다.”

-좋은 도자기란 무엇인가.
“자기가 봐서 마음에 들면 그게 좋은 도자기다. 쓰임새에 있어 편리하면 그게 좋은 생활도자기다.”

-앞으로 계획은.
“늙어 쪼그라들 때까지 도자기를 만들겠다.”
글 음성=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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