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지자체들, 지역 인재 키우기 입시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늘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수십 년간 이어진 평준화 교육으로는 지역 인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아에라 등 일본 언론들은 최근 지자체들이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돕기 위해 특별 부서를 만들거나 사설 학원과 손잡고 방과 후 학습을 실시하는 등 지원책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자체가 명문대 진학 경쟁에 나선 계기는 2007년 재개된 전국 학력 조사다. 지역별 학생들의 학력이 공개되면서 지자체 간 경쟁의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교육 정책 따라 지역 격차=문부과학성이 명문 도쿄대와 교토(京都)대의 2008년 출신지별 합격자 조사 결과 나라(奈良)현이 1만 명당 296명을 배출해 도쿄(107명)의 세 배 가까이 됐다. 나라에 도다이지(東大寺) 학원, 니시야마토(西大和) 학원 등 명문 사립 학교가 많은 게 주요인으로 꼽혔다. 오사카 등 인근 지역에서도 이들 명문 고교에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립 학교가 적은 지방도시 중에는 전국 학력 평가에서 7위를 차지한 후쿠이(福井)현이 돋보였다. 후쿠이의 경우 2002년 주 5일제 시행 이후 0교시 수업을 신설해 수업시간 손실을 막았다. 2005년부터는 입시학원 강사를 채용해 보강을 했다.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높이려고 현이 전세버스로 수도권과 간사이(關西)지역 대학 견학을 시켰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대학 졸업 후 취업설명회도 열어 부모들의 지원도 유도했다. 그 결과 주 5일제가 시작된 2002년과 2008년 진학률을 비교하면 고교 졸업생은 7104명에서 5914명으로 20% 정도 줄었으나 도쿄대 합격자는 19명으로 똑같았다. 교토대는 21명에서 30명, 오사카대는 41명에서 57명으로 늘었다.

아키타(秋田)현은 초·중학교 전국 학력 조사에서 매번 1등을 하면서도 대학 진학률은 전국 37위에 그쳤다. 현은 중간층 학생을 늘리는 평준화 정책을 원인으로 꼽고, 지난해 2억3300만 엔(약 31억원)을 들여 ‘고등학생 파워 업 추진 사업’을 시작했다. 사설 학원 강사들을 초빙해 학교에서 강의하게 하고, 상위권 졸업반 학생들에게 여름·겨울 합숙 세미나와 토요 강좌를 여는 등 지원사업을 늘렸다. 도쿄도 평준화로 학력이 떨어진 공립 고교를 살리려고 2001년부터 ‘진학 지도 중점 학교’ 7곳을 선정해 명문대 진학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역 인재 양성도 노려=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충원하기 위해 인재 육성에 나서는 지자체도 늘었다. 지방의 경우 대학을 졸업해도 고향에는 취업할 기업이 없어 우수한 학생들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정·재계에서 활약하는 지역 인사도 적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야마가타(山形)현은 2006년부터 ‘수퍼 의대 진학 세미나’를 시작했다. 의대를 지망하는 고교 1~2년생들을 모아놓고 도쿄와 인근 센다이(仙臺) 등의 대형 입시학원 강사들을 초빙, 영어·수학·화학 등을 가르친다.

이와테(岩手)현도 2006년 ‘현정(縣政) 과제 공헌 인재 육성사업’을 시작해 의대와 법대 진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열었다. 2008년부터는 ‘이와테 진학 지원 네트워크 사업’으로 확대해 명문대 진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오모리(<9752>森)현과 후쿠시마(福島)현도 ‘진학력 파워 업 추진사업’과 ‘학력 향상 추진 플랜’을 벌이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