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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행복해지려면 검찰이 먼저 행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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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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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은 검찰 조직에 ‘행복경영’을 도입해 새 바람을 일게 한 조근호 서울북부지검장. 왼쪽은 조 검사장이 행복경영의 실천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모아 펴낸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

그는 분명 무언가에 한껏 고양돼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말의 속도 또한 그만큼 빨라졌다. 두세 차례 웃음이 오가는 말로 분위기를 다잡은 뒤에야 그의 말은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

화제│'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 펴낸 조근호 서울북부지검장 #메마른 검찰 조직에 ‘행복경영’ 도입 …실적 향상 등 가시적 성과에 고무,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고파”

적이 안심했던 차였다. 미리 입수한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침착하고 냉정한 엘리트 검사 바로 그것이었지만, 막상 마주친 그의 얼굴에는 뜻밖에 부드럽고 온기마저 흘러서였다.

그런데 그는 무엇인가에 한껏 흥분한 상태였다.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니냐는 다소 가시 돋친 말마저 그는 흘려 들었음이 분명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스스로 먼저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재촉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격앙시킨 것일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가 이토록 들떠 있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벌인 일의 결과를 놓고 스스로 엄청 놀라고 있었다. 확신도 없이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한 일이 엄청난 결과를 빚어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고목나무 같이 메말라있던 검찰 조직에 ‘행복’이라는 꽃을 피워낸 것이다. 고목나무에 꽃을 피우기가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 조근호(50·사시 23회) 서울북부지검장.

그는 지난해 대전지검장으로 있으면서 검찰 조직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행복경영’이라는 것을 시도했다. 도대체 말이 될 것 같지 않은 그의 행동에 주위에서는 이상하다는 혹은 뭐 처음에는 으레 그럴 수 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조 검사장은 못 들은 척 용기를 내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갔다. 이른바 ‘행복경영’이라는 것이었다

그 첫 시도는 직원 배치표를 바꾸는 것이었다. 검사장을 맨 위에 두고 그 밑으로 차장검사-부장검사-검사 순으로 그린 기존 배치표를 뒤집어, 맨 위에 ‘국민’을 두고 검사장을 맨 아래에 놓는 파격적 발상이었다. 검찰의 고객인 국민을 섬기되, 검사장 자신은 내부 고객인 검찰청 직원부터 우선 존중하겠다는 신념의 표출이었다.

개인은 허전하고, 개선은 보이지 않고…

두 번째는 매주 월요일 전 직원에게 ‘행복해지자’는 마음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년 동안 42번의 편지를 썼다. 그 중간중간 몇 가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도 실천에 옮겼다. 특히 직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행사를 가급적 많이 개최했다.

명퇴자의 퇴임식에 가족·친구들을 모두 초청해 축하음악회를 열어준다거나 신입직원 임용식에 부모들을 초청해 긍지를 키워주는 등의 조치가 그것이었다. 어버이날에는 전 직원의 부모님 댁으로 케이크를 돌리고, 소외받던 부서의 사무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재배치했다. 소통을 위해 야외좌담회를 마련하기도 하고, 여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다.

20년 이상 근속 여직원에게는 축하 오찬을 베풀어 주고, 휴일에 끼인 날은 자기계발의 기회로 이용하라며 쉬도록 했다.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인사는 몇몇 간부가 전 직원을 이리저리 배치하는 기존 관행을 깨고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해 필요한 부서에서 필요한 사람을 데려가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실적이 너무 낱낱이 평가돼 괴롭다는 불만이 나오기까지 했다.

“직원들이 머리에 ‘저를 소중히 생각해 주세요’라는 팻말을 하나씩 달고 다니는 것처럼 여겼습니다. 그만큼 직원들을 존중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뿐이었다. 검찰이라는 조직에서 그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따로 많은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는 엄청났다. 처음에는 검사장이 새로 부임하면 으레 무엇인가를 하겠다며 자신들만 쥐어짠다며 “혼자 뛰지 말고 뒤를 보세요”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메일이 기다려진다”는 답장을 보내오더니 마침내 검사장에게 휘하 검사들이 대거 연하장을 보내는 정도로 발전했다.

검찰 조직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없던 일이었다. 행복경영의 성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치에서도 나타났다. 대전지검 형사부가 잇따라 전국 우수 형사부로 선정된 것. 나중에는 대전지검만 연속 선정할 수 없어 오히려 배제됐다는 말까지 들렸다. 매년 실시하는 검찰총장배 축구대회와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정도는 오히려 작은 일이었다.

행복경영을 하면 분위기가 느슨해져 실적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결과였다. 그의 이임식은 더욱 여실하게 행복경영의 결과를 보여줬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이임사를 하고 이어 박수를 치고 줄줄이 악수하는 것으로 끝나게 마련이던 것이 보통의 검찰 이임식 풍경이다.

그러나 그의 이임식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그의 행적을 기록한 동영상이 상영되는가 하면 오로지 그를 위한 음악회까지 열렸다. 모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였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뜨겁게 채웠던 것은 ‘우리는 매번 새로운 기관장을 맞이한다. 그러나 2008년은?’이라는 내용의 후배 검사들의 집단 의사표시였다.

이같은 그의 이임식 풍경은 ‘행복한 이임식’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조 검사장은 이런 일들을 비전·칭찬·교육·경청·존중이라는 다섯 가지 법칙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그러나 행복경영이 그러하듯, 딱딱한 법칙 대신 사례 하나가 행복경영의 본질을 더 잘 대변할 듯싶다. 그 사례 하나.

매일 조 검사장과 함께 움직여야 했던 정 모 주임. 10년 동안 근무했는데도 조 검사장 외에는 그 어떤 검사장과도 겸상으로 식사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당연한 듯 여겨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자포자기와 변화 없는 일상에서 오는 나태함,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등으로 인해 심지어 부인에게 “퇴직 후 이혼해 주마” 하는 약속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글쎄요’ 하고 대답하더군요. 한 번도 장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그에게 무엇인가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같이 행복해지고 싶었죠. 채근하다시피 무언가 이룰 거리를 재촉했습니다.”

이에 정 주임이 내놓은 것이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와 다이어트였다. 결국 정 주임은 7개월 만에 몸무게를 10kg 감량했고,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도 합격하면서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정 주임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격한 부인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보내왔다는 것.

행복경영 이후 그 누구보다 많이 바뀐 사람은 바로 조 검사장 자신이다. 조 검사장은 아내로부터 “당신 피는 녹색일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냉혈한이었고 칼날 같은 사람이었다. 주말에도 주중처럼 일에 묻혀 살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행복경영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그는 주말이면 모든 스케줄을 피하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가족과 함께 이곳 저곳 둘러보며 뒤늦은 행복에 젖는다. 행복경영을 하다 보니 스스로 행복해지더라는 것이다. 조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있던 시절 검찰의 혁신추진단장을 맡아 2년여 동안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검찰의 혁신을 위해 일했다.

그런데 2년 후 돌아보니 작은 울림조차 없었다. 허무했다. 하기는, 지난 60년 동안 검찰은 지속적으로 혁신과 개선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눈에 띄는 실효는 없었다.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을 쥐어짠 기억밖에 없었다. 주중에는 으레 야근하고, 주말에는 주중처럼 일하고, 휴일도 반납해가며 청춘을 바쳐 일해 무엇인가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은 오히려 허전하고 서비스의 개선은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또 있었다. 검찰은 일반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만나는 사람이다. 그러니 검찰의 입장에서는 기운이 가장 안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10년, 20년을 보내면 좋은 기가 다 빠져 검찰 10년 만에 “사람 버렸다”는 소리나 듣는 처지였다.

“불행한 사람이 쓰는 칼은 흉기가 되고, 행복한 사람이 쓰는 칼은 메스가 되듯” 검찰이 먼저 행복해서 긍정적이고 명랑한 기분이어야 어려운 경우에 처한 피의자의 처지를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터인데, 스스로 나쁜 기운에 휩싸여 있는 마당이니 피의자를 인간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칼날처럼 베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한창 피폐해져 있을 무렵 조 검사장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된다. 조영탁 휴넷 사장의 <행복경영>이라는 책이었다. ‘행복경영’의 모든 것이 거기 담겨 있었다. 비로소 왜 행복해야 하는가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누구를 위한 행복경영인가 하는 물음에도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게 됐다.

조 검사장이나 우리 검찰의 궁극의 목적은 이 사회의 행복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검찰이 행복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검찰 내에서 직원들을 먼저 행복하게 해주자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돌아봐도 대전지검에서의 경험은 드라마틱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 검사장은 그 동안의 성과를 축소해 바라본다. 그럼에도 다시 새롭게 도전할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최근에는 스스로 생각해도 꿈이 자꾸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검찰에 들어와 저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승진이었죠. 그런데 이제 승진은 저 멀리 밀려나버렸어요. 승진보다 더 큰 일이 생겼어요. 사회운동을 해보고 싶어요. ‘조직을 행복하게 운영하는 재단’이라는 것을 세워 휴먼터치 등의 툴을 만들어 보급하고 싶어요. 지금 저는 얼마간 간이 부은 것 같습니다.”

승진보다 더 큰 일, 행복 전파

그 역시 처음 편지를 쓸 때는 떨렸다. 그럼에도 어렵게 용기를 냈다. 그러다 하나둘 반응이 오고 자신이 붙자 마침내 책을 쓸 생각까지 하게 됐다. 얼마 전 조 검사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와 직원들이 돌려준 답장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가 그것이다. 이즈음에 와서는 매스컴 앞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목적은 단 하나,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난 10개월 동안 저는 정말 행복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 말을 전파하기 위해 그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검찰처럼 칼날 같은 조직일수록 의도적으로 행복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객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을 말하면 늘 기쁨이 넘치게 됩니다. 행복을 공부하고 연습하면 더 행복해집니다.”

서울북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조 검사장의 행복경영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책상 앞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검사장이 직접 사건을 조사하는지 물어보니 자신을 찾는 검사들을 위한 것이란다. 앉아서 마주보고 대화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 보니 책상 앞에 버티고 있는 명패마저 거치적거릴 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당연히 치워야 했다.

지금도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번듯하게 놓여 그의 성공과 그의 권위와 그의 힘을 증명해 주어야 할 명패는 책상 한구석 행복경영의 정리된 내용을 보여주는 모니터 뒤쪽에 처박혀 있다. 이항복 기자 booong@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황금열쇠 6돈,넷북,아이팟터치,상품권이 와르르…' 2009 조인스 개편 이벤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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