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국·일본 어업협상 진전 없으면 현행협정 파기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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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은 29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지도자들과 새 양국어업협정 체결 문제를 협의할 때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현행 협정의 파기를 통보할 방침이라고 일본 공영방송 NHK - TV가 27일 보도했다.

오부치 외상은 한국의 김영삼대통령, 유종하외무장관 등과의 회담에서 현행 협정 파기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일본내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새 협정 체결을 위한 한국측의 구체적인 양보를 촉구할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일련의 회담에서 한국측의 양보를 얻지 못하는 등 회담에 별 진전이 없을 경우 일본 정부는 현행 협정의 파기를 통보하고 협정이 유효한 1년간을 시한으로 교섭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국 어업협상은 독도의 영유권이 얽힌 잠정수역의 설정을 놓고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일본에서는 그동안 농수산성과 자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협정의 조속한 파기를 요구해온 반면 외무성은 양국관계의 전반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교섭을 통해 해결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일본이 현행 협정 파기를 실행에 옮길 경우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을 빌미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한국내의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한.일관계도 상당히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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