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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병원은 어디⑧ 증상별 가이드-복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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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15면

어릴 적 배가 아플 때 어머니나 할머니가 “내 손이 약손이다. 곧 괜찮아질 거야”라며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하고 나면 대개는 아프던 배가 정말 씻은 듯이 좋아지곤 했다는 점이다. 그런 행동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복통이 대부분 일과성이고 가벼운 질환인 경우가 많은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배 아픈 위치에 따라 원인도 천차만별

그러나 복통의 원인이 급성충수염, 장이 꼬이거나 막히는 장폐색,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천공 등이면 분초까지 다툴 필요는 없다 해도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단이 늦어지면 복막염으로 발전해 대수술을 받거나, 장이 서로 들러붙는 장유착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염·소화궤양이 가장 흔한 원인
복통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복강 내에는 위장관·간·담낭·췌장·비장 등이 있고, 여성은 생식기관까지 위치하고 있다. 이들 장기가 모두 복통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복강 밖의 비뇨기관·심장·폐·늑막 등에서 발생한 질환 때문에 복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보면 가장 흔한 복통의 원인은 위염, 십이지장염, 소화궤양, 위장관 감염성 질환, 비감염성 위장염, 기능성 위장관 질환, 급성충수염, 결석 등이다. 소아에서는 감염성 설사, 반복성 복통, 변비, 장중첩증, 장간막 림프선염 등이 흔하다.

복통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일과성으로 나타나면 ‘약손’으로 충분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복통이 지속적이고 차도가 없거나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 가 면밀한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장관에 생긴 병이 원인일 땐 복통이 복부의 중앙부 깊숙한 곳에서 위치를 콕 집어내기 어려운 둔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급성위염, 소화궤양, 감염성 위장염, 급성충수염이나 장폐색의 초기, 담석증, 췌장염, 변비, 난소낭종의 염전, 자궁내막증 등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반면 복통 부위가 비교적 명확할 때, 통증이 우상복부에서 느껴진다면 급성담낭염, 좌상복부는 비장파열, 우하복부는 급성충수염, 좌하복부는 결장 게실염(장이 꽈리처럼 밖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내용물이 정체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먼저 의심할 수 있다.

쥐어짜는 듯한 심한 복통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대개 급성위염, 위장염, 식중독, 담석증, 요로결석, 혹은 대변이 장벽에 박히는 분변매복 등이 원인이다. 이런 경우 적절한 내과적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또 복통에 구토가 동반된다면 식중독·급성위염위장염·간염·급성췌장염처럼 내과적 처치를 요하는 질환이거나 급성충수염·장폐색과 같이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를 모두 의심해 봐야 한다. 변비가 함께 나타날 땐 과민성대장증상·분변매복·장유착·대장암·게실염 등일 가능성이 크다.

위장관 벽에 구멍 생겼을 땐 응급수술도
복통으로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소화궤양의 천공과 자궁 외 임신이 된 뒤 나팔관이 파열된 경우다. 평소에 상복부에서 속 쓰림을 느껴 온 환자가 갑자기 심한 상복부 통증을 느끼면 소화궤양이 진행돼 위장관 벽에 구멍이 생겼을 위험이 있다. 또 임신 초기에 갑작스럽게 하복부 통증이 발생했다면 자궁 외 임신의 파열을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급성충수돌기염(맹장염) 역시 응급의료기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복수술의 원인이다.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소화불량처럼 상복부의 불편감으로 시작한 복통이 점점 심해지면서 우하복부로 쏠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복통을 보이는 환자가 쇼크 상태에 빠졌을 때는 위장관 출혈, 복막염, 심한 급성췌장염, 자궁 외 임신 파열, 대동맥 박리, 급성 심근경색증, 비장파열과 같이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복부 외상을 받은 경우도 외상의 강도와 위치에 따라 복강 내 장기의 파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이 지속되거나 활력징후(혈압·맥박수·호흡수·체온)에 큰 변화가 있다면 응급의료기관에 가 보는 게 좋다. 복부에 외상을 입고 생긴 지속성 복통을 사흘이나 참고 지내던 60대 남성이 뒤늦게 응급실에 왔지만 장파열로 인한 복막염이 커져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후유증으로 크게 고생한 사례도 있다. 노인은 통증의 강도가 낮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임에도 참고 견디는 경향이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복부에서 압통(복부를 눌렀을 때 느끼는 통증), 특히 반동압통(눌렀던 손가락을 떼는 순간 느끼는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천공성 충수염 혹은 장천공에 의한 감염성 복막염일 가능성이 높아 응급수술을 요한다.

혈압·맥박·체온 등은 정상이면서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엔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차분히 원인과 치료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단순 복부 X선 촬영이 가능하며, 여러 방법을 통해 원인 질환을 진단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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