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 때 속으로 애국가 불러요”

중앙일보

입력 2009.04.17 01:24

업데이트 2009.04.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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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메이저리그 유일한 한국인 타자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는 야구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가족, 그리고 조국이다.

메이저리그 중심 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는 조국과 가족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사진은 추신수가 3월 미국 LA에서 열린 제2회 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홈런을 날린 뒤 베이스를 도는 장면. [중앙포토]

추신수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커푸먼스타디움에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쐐기 타점도, 승리를 지켜낸 결정적 수비도 모두 추신수의 몫이었다. 4타수 2안타·1타점을 기록했고, 우익수 수비에서는 타자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내는 송구를 선보이며 팀의 5-4 한 점 차 승리에 기여했다. 미국 언론은 이 장면을 승부처로 꼽았다. 경기 뒤 추신수를 만나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조국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몰래 부르는 애국가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눈을 감았다. 그러곤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매 경기 전 치르는 ‘의식’이다. 애국가를 통해 자신감과 집중력, 긍지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미국 생활 9년째. 이제 팀 주축 선수로 성장해 잘해도, 못해도 연일 주목받는다. 그럴수록 추신수는 스스로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고 있다. 바른 한국인 이미지를 남겨 앞으로 빅리그를 밟을 야구 후배들과 모국에 폐가 되지 말자는 생각뿐이다.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한국인이기에 참가하고 싶었다. 병역 혜택이 없다며 반대하던 구단을 설득했다. 결국 10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긍지를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대회 뒤 병역 혜택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지만 정작 추신수는 담담했다. 추신수는 “병역 혜택은 어차피 없는 줄 알고 나갔다. 솔직히 해주면 무지 좋을 것 같다. 마음 편히 운동 열심히 하고…. 하지만 안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야구보다 소중한 가족

올 시즌 들어 추신수는 4, 5번 중심타선으로 선발 출장한다. 타율(0.333)도 팀내 2위다. 최고 무대에서의 성공, 야구하는 게 마냥 즐거울 법하다. 아마 몇 년 전 추신수라면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야구는 가족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량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들 정도가 아님을 안다. 돈은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을 정도만 벌면 된다. 돈과 명예 모두 가족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아내 하원미(26)씨를 만난 뒤 그렇게 변했다. 추신수는 스물두 살 때 하씨를 처음 만나 다음 날 사귀자고 했고, 6개월 뒤 결혼했다. 추신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유치원 때로 가고 싶다. 결혼 뒤 서로 유치원 동창임을 알았는데 그때 사귀었다면 좀 더 빨리 결혼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야구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내게 가족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아버지 추소민(58)씨 역시 몸소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아버지는 부산고 시절 추신수에게 발이 편해야 운동이 잘된다며 일본 맞춤 수제 스파이크 세 켤레를 사줬다. 당시 가정형편이 한 켤레에 50만원 이상 되는 고가품을 살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으나 아들의 미래가 모든 것에 우선됐다. 추신수는 “두 켤레는 신었는데 한 켤레는 아직 신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나중에 내 아들이 야구를 하면 ‘할아버지가 주신 거다’고 물려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스파이크를 볼 때마다 힘을 얻는 추신수는 이제 야구로 대한민국 팬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캔자스시티(미국)=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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