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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Biz] “할리의 최대 잠재 고객은 주말 골프 즐기는 중상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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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할리데이비슨의 경쟁자는 혼다·BMW 같은 다른 모터사이클 업체가 아니에요. 골프숍입니다. 주말에 골프 즐기러 가는 중상층 골퍼들이 할리데이비슨의 잠재 고객입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의 이계웅 사장. 그는 “모터사이클 문화를 주말 가족레저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17일로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이계웅(50) 사장의 생각이다. 할리데이비슨(이하 할리)은 미국 문화의 상징 아이콘으로서 그동안 ‘개성과 자유’라는 미 소비문화를 한국 중산층에 심어 왔다. “할리의 앞으로 10년 과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모터사이클 문화를 한국 주말 레저의 일부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라고 이 시장은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대우에 근무하면서 할리 판매사업부를 맡은 것이 이를 업으로 삼는 인연이 됐다.

할리는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경기도 용인 신갈지구에 본사를 신축해 지난달 문을 열었다. 1만1240㎡ 규모 부지에 대형매장과 고객문화센터·정비소·교육장을 갖췄다. 모터사이클 투어의 허브로, 주말 투어에 나서는 할리 고객들의 새로운 ‘아지트’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824대를 팔아 역대 최고인 28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 들어서는 내수 위축 탓에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1분기 판매가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다.

-‘할리는 문화’라는 말이 있다.

“10년 전 서울 한남동에 첫 매장을 열 때 ‘왜 모터사이클 판매점이 밀집한 서울 퇴계로에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할리는 물건을 나르는 배달용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미국식 문화를 판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당시 한남동 점포 입지는 최적은 아니었지만 대로변인 데다 동호인들이 모여 주차하기가 편했다. 할리는 말 타던 미 서부시대 문화를 접목한 것이다. ”

-할리가 한·미 통상마찰 완화에 기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

“미국 차가 한국에서 잘 안 팔려 통상마찰의 빌미가 자주 됐다. 그런데 미국 통상 담당 관리가 방한했을 때 서울 시내에 할리가 달리는 걸 몇 번 보고 놀라곤 했다.”

-할리의 판매전략은.

“할리의 경쟁자는 의외의 곳에 있다. 골프숍과 골프장이다. 주말 골퍼들이 할리의 최대 잠재 고객이다. 할리를 타면서 자연을 느끼고 개성을 찾는 문화가 조만간 중장년층에 확산될 걸로 본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이륜자동차협회(KOMIA) 공동 회장도 맡았는데.

“모터사이클도 자동차처럼 등록부터 폐차까지 평생 관리가 되도록 힘쓰겠다. 할리를 사면 수백만원의 취득세·등록세를 낸다. 하지만 등기가 나지 않아 재산권으로 인정받지 못해 할부금융이나 금융리스를 활용하지 못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에서는 운행 중인 모터사이클 숫자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또 대형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통행을 추진하겠다.”

-할리의 영업사원은 ‘할리동호회(호그·HOG)’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몰고 오는 경우가 적잖다. 일찍이 80년대 미국에 일본제 모터사이클이 상륙해 할리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때 구세주가 ‘호그’였다. ‘미국의 상징이 무너지는 걸 볼 수 없다’며 모금운동도 했다. 할리 동호회원은 오래간다. 주변 친지에게 소개하는 이도 많다. ”

-동호회원들이 군복을 즐겨 입거나 경적 굉음을 울리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도 있다.

“그런 행태를 회사가 나서 관리할 수는 없다. 투어 때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사이렌을 마구 울려대는 건 불법이니 삼가라고 계도하지만 잘 안 먹힌다. 동호회 문화는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지난달 본사를 용인으로 옮겼다. 모터사이클 허브로 삼겠다는데.

“미 서부시대에 마구간은 큰 길가에 있었다. 요즘 국내 수입차 매장은 서울의 경우 평당 수천만원 하는 강남 중심가에 들어섰다. 할리가 먼저 이 틀을 깬 것이다. 용인 본사는 모터사이클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들러 원하는 서비스를 받고 자연스럽게 다른 동호인들과 어울려 투어를 출발할 수 있게 꾸몄다. 또 600m의 간이 서킷을 만들어 신규 고객의 교육장으로도 활용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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