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생태체험학습이 시골 분교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09.04.15 02:01

업데이트 2009.04.1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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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학리 광덕산 자락에 위치한 거산초등학교는 전형적인 농촌 학교다. 유치원생까지 포함해 한 학년에 한 학급씩 140명의 학생이 있다. 시골 학교 치고는 제법 많은 편이다.

이 학교 박장진(60) 교장은 “전학 대기자가 70~80명이나 된다”며 “학생 수를 늘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알찬 수업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학교는 60년 역사를 자랑한다. 도시화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 1992~2005년에는 교사 두 명뿐인 분교였다. 2002년에는 학생 수가 34명으로 줄어 폐교 위기를 맞았다.

생태 체험학습에 나선 거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최은희 교사(中)와 함께 쑥을 캤다. 이들에겐 자연과 논밭이 또 다른 교실이다. [거산초등학교 제공]

하지만 그해 96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전학을 왔다. 그게 이어져 2005년 본교로 승격했다. 분교가 본교로 돌아온 드문 사례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 환경단체가 힘을 합쳐 주변 천안·아산의 도시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폐교될 뻔한 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비결은 이 학교의 생태체험 학습이다. 시동을 건 사람은 이 학교 최은희(42·여) 교사다. 최 교사는 2001년 다른 교사, 학부모와 함께 학교 살리기 모임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역 환경단체인 천안·아산 환경운동연합이 참여했다. 공교육 틀을 유지하면서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 방식에서 탈피한 대안학교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교육의 목표는 생태체험 학습을 통해 자연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1년여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이듬해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이순신 장군 축제나 짚풀 문화제 행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체험을 한다. 또 학년별로 수준에 맞게 다양한 자연 학습을 한다. 들꽃·숲·텃밭·양봉·벼농사가 좋은 교재다. 특히 여름과 가을엔 3~6일씩 교과 수업 대신 공예나 도예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이 학교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도서실 장서가 5000권이 넘고 교실에 책이 가득하다. 박 교장은 “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주도의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게 교육 목표”라고 강조한다.

4학년 문서경(10)양의 어머니 손정현(42)씨는 “아이가 2학년 때 운 좋게 전학 왔는데, 일주일 다니더니 학교 가는 것을 너무너무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습 내용이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이 학교의 장점. 손씨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 중학교에 가면 처음엔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문제 대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곧바로 두각을 나타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거산초등학교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1회 교보생명환경문화상 시상식에서 환경교육부문 대상을 받는다. 교보생명문화재단 측은 “거산초등학교는 현행 교육법과 교육 과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환경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개혁을 실천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환경운동부문 대상은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공동대표 김은령·박정혜)이, 환경언론부문 대상은 SBS 박수택(51) 환경전문기자가, 환경예술부문 우수상은 김봉준(55) 화백이 받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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