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소비자 파산 첫 면책 결정…빚 안갚아도 취직·금융 제한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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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빚갚을 능력이 없어 파산선고를 받은 소비자에게 법원의 첫 면책 (免責)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 (재판장 李揆弘부장판사) 는 28일 지난 5월 소비자 파산선고를 받은 玄모 (43.주부) 씨가 낸 면책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玄씨는 2주내에 채권자의 이의가 없을 경우 빚을 갚지 않아도 되며 취직제한. 금융거래 정지등 각종 불이익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조세. 벌금. 손해배상. 급료등의 채권은 면책되지 않으며 玄씨가 사기등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채권자가 1년 이내에 취소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면책이 취소될 수도 있다.

13년동안 유명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玄씨는 오빠의 빚 2억5천여만원에 대해 보증섰다가 갚지 못해 직장을 사직하고, 자택과 K대 물리학과 교수인 남편 李모씨의 월급까지 압류당하게 되자 지난해 11월 파산신청을 냈었다.

玄씨는 지난 5월 파산선고를 받자마자 법원에 면책신청을 냈으나 재판부는 처음 있는 일인데다 자칫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玄씨에게 까다로운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재판부가 玄씨에게 요구한 자료는 ▶파산에 이르게 된 사정 ▶직업.월수입 ▶최근 5년간 신용카드 이용내역 ▶호텔.콘도.골프장 이용내역 ▶도박 내역 ▶50만원 이상 상품구입 내역 ▶해외여행 내역등 11가지. 玄씨는 3개 신용카드를 거의 사용한 적이 없으며 해외여행도 93년 11월 병원 부담으로 연수차 일본에 3박4일간 다녀온게 유일하다며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는 근거자료를 제출했다.

玄씨는 또 남편의 독일 유학동안 오빠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등 빚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재판부에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玄씨의 파산이 본인의 고의.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 파산선고전의 상태로 복권되는 면책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철근.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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