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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눈·코·입 모두 즐거워 … 서구 입맛에도 잘 맞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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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일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 낮 12시30분 점심시간을 맞아 호텔 직원들이 식사를 내오기 시작했다. 노란 치자 물을 들인 무김치,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진 오이소박이, 하얀 인삼백김치와 호박죽이 전채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오’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색에 감탄한 외국인들이 낸 소리였다. 6개월 전 부임한 토마스 쿠퍼 주한 스위스 대사는 “눈·코·입이 모두 즐겁다(색과 모양·냄새·맛이 다 훌륭하다 뜻)”며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 서구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과 국내외 음식 전문가들이 모여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갈 가능성과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윤옥 여사는 환영사에서 “한식이 세계의 음식이 되려면 그릇·인테리어·음악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며 “많은 분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창의적인 제안을 해 주시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장태평 장관은 “웰빙식이면서 풍류와 멋이 넘치는 한식은 녹색 시대를 사는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라고 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농식품부 장관과 미래기획위원장이 공동 단장을 맡고, 영부인도 함께하는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 한 달 안에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점심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300여 국내외 인사들 앞에 불고기 무쌈말이·궁중떡볶이·보쌈·비빔밥에 후식으로 곶감호두말이·단호박찹쌀부꾸미 등 11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CJ푸드빌과 놀부 같은 7개 외식·식품 업체들이 만든 음식을 호텔 측이 차려낸 것이었다.

찬사가 쏟아졌다. 색·냄새·맛 모두 모자람이 없다는 평이었다. 프랑스인인 피에르 메틀랑(와인 전공) 경희대 교수는 “한국 음식을 처음 대하는 이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빔밥을 받은 태국 카세사르대 수라차이 찌우 짜른 싸쿤 교수는 “떡볶이·보쌈 등 먼저 나온 음식들을 싹 비웠더니 배가 부르다”면서도 비빔밥 맛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태국이 음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해외에 나갈 태국 주방장들의 교육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날 점심에 대해 아쉬운 점도 짚었다. 전채로 나온 호박죽이 너무 달아 포만감을 주고 입맛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었다. 쿠퍼 대사는 “프랑스·이탈리아·태국 등 음식이 세계화된 나라는 하나같이 관광 대국”이라며 “한국도 더 많은 관광객이 한식을 맛보고 입소문을 내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두바이 버즈알아랍 호텔의 에드워드 권 수석총괄조리장은 오찬 연설에서 “한식이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면 홀 종업원의 서비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뉴에 나온 게 어떤 음식인지 설명하는 종업원의 얘기에 손님이 입맛을 다실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명물 한식당 거리’ 추진=방문규 농식품부 식품정책단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정부는 국내외에 ‘명물 한식당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맛과 서비스가 뛰어난 고급 한식당촌을 꾸며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사업은 내년 중에 시작한다. 명물거리로 지정된 곳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한식당을 내면 창업 자금과 메뉴 개발비, 종업원 외국어 교육 등을 지원한다.

한식당 거리 후보지로는 서울 삼청동·인사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청동·인사동은 ‘맛집’으로 이름난 한식당이 많은 데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한식을 알리기에 제격이라는 게 장점이다.

권혁주·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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