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 어떠세요?] 학생 4명, 중앙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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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다빈치형 인재전형(서울캠퍼스 100명 모집)을 노리는 네 명의 학생이 있다. 수원외고에 다니는 두 여학생은 ‘외국어 관련 교과목 58단위 이상’을 이수해 지원자격을 만족시켰고, 안산 동산고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은 특정 분야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다빈치형 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만으로 모집정원의 3배수를 추린 뒤 1단계 성적(70%)과 면접(30%)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학력과 리더십, 국제화 능력, 문제해결 능력, 봉사·특별활동 실적 등에서 두각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해에 비해 모집정원을 두 배로 늘렸다.

지난달 31일 네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가 기자를 통해 일곱 명의 중앙대 입학사정관들에게 전달됐다. 서류 검토를 마친 사정관들은 이틀 뒤 학생들을 중앙대 입학처로 불렀다. 학생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했고, 그 자리에서 1시간 동안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사정관들은 학생부와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서류평가를 끝낸 뒤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면접에는 차정민(38)·김윤현(28)·김보나(26·여) 입학사정관들(사진)이 참여했다.

범례 내신성적 수상 실적 임원 경력 특이사항 봉사 시간 장래 희망 평가

글로벌리더 전형이 유리할 수도

장윤희(18·수원외고 영어과 3)
영어영문학과 지원

3등급 교내 상- 2007·2008년 학력우수상, 2008년 교내모범학생 표창(봉사부문)/교외 상 없음 2학년 2학기, 3학년 1학기 학급회장 수원외고 영자신문부 기자(2008년 기장 역임), 교내 토론동아리 회원, 어학능력 우수(토익 930점, 텝스 802점) 92시간 문학가(영문학) "영문학과 진학에 대한 확신이 있고, 영자신문부 기자를 역임한 경력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다빈치형 인재전형과 글로벌리더 전형 중 어떤 전형이 유리할지 잘 판단하세요.”

다빈치형 인재전형에서 사정관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꾸준히 해왔는지 일관성이다.

장양의 학생부를 본 사정관들은 왜 영문과를 들어와야 하는지, 장래희망인 영문학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차정민 사정관은 "고교 시절 영자신문부 리더로 활동했고, 우수한 공인영어성적을 확보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던 점을 자기소개서에서 부각하라”고 조언했다. 영자신문부 기자와 리더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난관과 극복 과정을 부각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보나 사정관은 "서류에서 학업적인 부분이 너무 강조돼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면접을 끝낸 사정관들은 어학점수가 높은 장양에게 ‘글로벌리더 전형’을 추천했다. 차 사정관은 "일목요연하게 답변을 잘하는 편이다. 면접점수가 높다”며 "글로벌리더 전형의 경우 2단계 면접(영어면접) 비율이 60%이기 때문에 장양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 특성 파악 후 꿈과 연결시키길

조아라(18·수원외고 프랑스어과 3)
광고홍보학과 지원

5.5등급 교내 상- 2008년 경기도 논술능력평가 교내대회 동상(4위)/교외 상 없음 3학년 1학기 학급부회장 2007년 월드비전 기아체험, 2008년 마케팅 분야 강의 현장실습(터키 4박5일), 서울시청소년 문화교류센터 국제화상회의 참가 102시간 CEO "고교생 자격으로 터키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가한 경력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서류에서도, 면접에서도 ‘왜 광고홍보학과를 지원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지원 학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면접관에게 확신을 보여주세요.”

조아라양의 문제는 5등급이 넘는 내신성적. 인문계 학생인데, 국어과목이 7등급이다. 김윤현 사정관은 "이 성적으로는 1단계 통과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조양은 광고홍보학과 지원 동기에 대해 "C EO가 꿈인데, 내 회사를 알리기 위해서는 홍보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사정관들은 "꿈이 구체적이지 않고, 광고홍보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다”며 "광고홍보학과가 무엇을 공부하는 곳인지 확실히 파악한 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꿈과 지원학과를 연결시키라”고 조언했다.

기아체험 참가 경험과 고교생 신분으로 학술세미나 참가를 위해 터키까지 갔던 경험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 점과 인생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을 자기소개서에서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차 사정관은 "많은 실적을 내놓는 것보다 한두 개의 특별한 경험을 부각하는 게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며 "조양의 경우에는 터키 학술세미나를 주제로 자기소개서에서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영어·사회성적 올리는 게 먼저

장한이(18·안산 동산고 3)
정치외교학과 지원

4등급 교내 상- 2007·2008년 경기도학업성취도 평가 우수상 등 다수/교외 상: 2008년 제2회 청소년 행복나눔 자원봉사대회 대상 등 봉사부문 두각 없음 사이버 외교관 ‘반크’ 활동(교내 동아리 창립 리더), 129시간 인도 국제워크캠프 참가, 독서활동 풍부 160시간 외교관(유엔 근무) "미래 비전이 확실하고,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입니다. 그러나 외교관이 꿈인 장양의 영어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영어 실력을 키우고,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세요.”

중학교 때부터 사이버 외교사절단(반크) 활동을 해온 장한이양. 고2 때는 친구들과 함께 교내 반크동아리를 만들어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다. 인사동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전통 알리기’ 자원봉사를 하는 등 봉사활동 시간도 170시간이 넘는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유엔본부에서 활동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도서를 꾸준히 읽었다. 김윤현 사정관은 "목표를 향해 일관성 있는 경험을 쌓아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단계 통과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영어도 잘해야겠네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 보시죠.”사정관들이 갑작스럽게 요구했다. 장양의 영어실력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차 사정관은 "실제 면접에서도 필요하다면 수험생의 영어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며 "영어 실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사회교과 성적이 5~6등급이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사회과목 성적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수상경력 화려한데 면접이 소심

안재원(18·안산 동산고 3)
기계공학과 지원

7.3등급 교내 상- 경기도학업성취도 평가 우수상, 로봇경진대회 수상 실적 등 다수/교외 상- 2008년 제2회 국제로봇 소프트웨어대회 동상 등 없음 교내 발명반 활동(2008년 리더), 교사 추천- 발명반 활동 최우수 학생 44시간 기계공학 연구원(로봇 분야) "한국 대표로 국제로봇대회에 참가하는 등 관련 활동경험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수학(4등급)을 제외한 기타 과목 내신성적이 부족하고, 면접에서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내신성적을 올리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세요.”

국제로봇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동상을 따내는 등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안군. 하지만 ‘평균내신 7등급’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김보나 사정관은 "안산 동산고가 비평준화 고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신성적이 너무 좋지 않다. ‘학교생활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다빈치형 인재전형보다는 과학특기자 전형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치형 인재전형은 학력과 리더십, 국제화 능력, 문제해결 능력, 봉사·특별활동 실적 등을 골고루 본다.

면접에서는 과학발명반 리더였던 안군의 이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차 사정관은 "수상 경력이 화려한데 소심한 면접 태도가 문제”라며 "자기소개서에 쓴 자신의 강점을 말로 부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로봇 연구 일지 등의 포트폴리오를 박스로 가져온 안군. 사정관들은 "양이 많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며 "대회 출전을 위한 준비단계와 대회에서의 활약, 성과와 느낀 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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