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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달팽이' 퍼즐로 푸는 '사랑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드라마 '달팽이' 를 보아온 시청자들이라면 한 사람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시선이 삶을 얼마나 건조하게 하는지를 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아픔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사람들은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다시 오해를 주고 받으며, 상처를 덧나게 만든다.

SBS 드라마스페셜 '달팽이' (수-목 밤9시45분) 의 등장인물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내와 남편으로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윤주와 병도의 엇갈린 시선은 아프기만 하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교차되어 있는 인물들이지만 각자의 시선은 자기식의 사랑에만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모자란 동철 (이정재) , 사랑을 주기보다 받고만 싶은 30대 주부 윤주 (이미숙) , '세상에 사랑은 없어' 라고 주장하는 20대 초반의 선자 (전도연) , '옛날엔 나도 사랑을 했는데' 라고 중얼거리는 30대 회사원 병도 (이경영) . 파국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진실을 알게되지만 너무 늦은 때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달팽이' 의 등장인물들도 때늦은 발견을 후회할 뿐이다.

물론, 주기만 하는 사랑을 하는 동철은 예외로 둔다.

작가 송지나씨는 "사랑을 주기만 하는 인물은 '저능아'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네가지 각각 다른 사랑의 유형이 제시되는 드라마 '달팽이' 보기는 마치 퍼즐게임을 푸는 것과 같다.

한달간 일어난 한가지 사건에 대한 네가지 시선을 각자의 입장에서 차례로 보여주고 있다.

1회에 나온 장면을 5회에서 또 보게 되지만 그 시선은 전혀 다르다.

선주가 병도와 만나는 장면이 윤주의 눈에는 '바람피우는 현장' 이지만, 선주에게는 '시간낭비' 에 불과하고, 병도에게는 '작은 설레임의 시작' 이다.

이 모든 장면들의 진실은 극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선명하게 나타난다.

동철편을 시청한 사람은 윤주편에서, 윤주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지금 방영중인 선자편을 통해 사건의 실상을 조금씩 파악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선명하지 않은 부분은 마지막 병도편에서 완전히 드러날 예정이다.

여러개의 시선들을 통해서만 한가지 진실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세상살이의 해법이 이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나 미모의 재원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친밀감을 더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가 송지나씨는 "편가름하는 드라마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사랑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고 말한다.

'사랑의 시작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 이라는 송지나씨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면 세상은 살만한 것이 될 것' 이라는 바램에서 이 드라마를 구상했다는 것. 다음달 중순쯤 16회분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들은 사랑으로 가득찬 투명한 유리공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 혹은 사랑을 향해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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