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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생각하며 살아야 우리 사회가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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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성호(63·사진) 연세대 교수는 30년 가까이 강단에 선 교육학자다. 연세대 부총장을 지냈으며 영국국제인물전기센터가 2005년 선정한 ‘세계 100대 최고 교육학자’에 뽑혔다. 그가 요즘 교육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근심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책까지 냈다. 제목은『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말·글 빛냄)다.

연구실로 찾아가자 “머리는 똑똑해도 마음은 팍팍한 요즘 한국인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경제한파로 인해 도서출판시장도 어렵다는 점 잘 압니다. 하지만 힘들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관계를 어떻게 잘 꾸려갈지 모르는 이가 부지기수에요.”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예로 들었다. “강의가 끝나갈 때쯤 일부러 물어봤어요. 서로 이름은 알고 있느냐고 말이지요. 놀랍게도 거의 모르더군요. 같은 전공 졸업반 학생들이었는데도.”

문제의 핵심이 뭔지 묻자 ‘우리’는 없고 ‘나’만이 존재하는 사고방식을 짚었다. “나는 절대 손톱만큼도 손해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살잖아요. 사람들만의 잘못은 아니지요. 사는 게 힘드니까요. 하지만 그럴수록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해요. 우리가 없으면 나도 있을 수 없습니다. 내 자식이 1등을 하려면 내 아이의 반 친구들도 있어야 하듯 말이지요. 내가 좀 손해를 봐야 합니다. 남을 배려하면서요. 모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교육에 관해 입담 좋은 강연자로 소문난 교수의 저서답게 책은 이야기를 시원하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관계를 맺어가는 법과 관계의 얽히고 설킨 매듭을 푸는 법이 일화·도표와 함께 담겼다. 이 교수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얘기를 녹여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말을 하기보다는 들으세요. 특히 여러분이 부모나 교사일 경우 자식과 학생의 말을 귀담아 듣고, 상사는 부하의 말에 귀를 기울이세요. 자식과 부하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굳이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이 말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또 서로를 격려하라는 주문이다. 이 교수 본인도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웠고 덕분에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란 아이는 대화의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협상력이며 외교력이 길러져 소통도 원활해지지요. 한마디로 더 살기 좋은 나라, 더 부강한 국가가 되는 겁니다. 다른 어려운 해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건 꼭 지면에 실어달라”는 얘기가 있다고 하기에 청했더니 갑자기 ‘여성 예찬론’을 꺼낸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만큼 돌아가고 있는 것도 여성, 특히 주부들 덕분이에요.” 자세한 이유를 물었다. “주부들은 대화의 달인이에요. 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1시간은 거뜬히 이야기 꽃을 피우지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또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알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남자들이 좀 배워야 합니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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