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화 차입 많은 게 가장 큰 문제”

중앙일보

입력 2009.04.06 19:05

업데이트 2009.04.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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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해외 언론들은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많고, 때로는 사실과 다른 왜곡 기사를 실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특히 영국 언론들이 한국에 비판적이다.

실제로 런던의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기 위해 영국계 투자자문회사 스퀘어캐피털의 이매뉴얼 가버던 파트너(사진)와 5일 e-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가버던은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 골드먼삭스의 대표를 지낸 20년 경력의 금융 전문가다.

그는 “한국 시장의 지표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해외투자에 조심스러워졌을 뿐 유독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번 위기가 지나면 한국은 신흥국에 다시 돈을 대려는 투자자들의 관문(Gateway)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언론 보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만이 크다. 어떻게 생각하나.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 지표만 보면 왜 한국에 어려움이 닥칠 거란 전망이 나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외화 차입이 많은 게 사실이다. 외채를 ‘리파이낸스(refinance·자금 재조달)’해야 하는 시점도 다가온다. 영국 언론이 지표를 보고 판단한 것이지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국 경제에 대한 런던 투자자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는 건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해 묻어 두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한국도 주식·외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한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한 폴란드와 비슷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단 양국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다르다. 채무 구조도 다르다. 폴란드는 여러 종류의 통화로 채권을 발행한 터라 환율 변동에 더 취약하다. 유럽·미국 투자자가 최근 신중해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신흥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이번 위기가 지나면 (주변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한국이 신흥국 투자의 훌륭한 관문 역할을 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독 원화가치의 변동폭이 컸다.

“원화가치가 떨어진 것은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디레버리징(자산을 빼내 부채를 갚는 것)이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통화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각국 통화 중 특히 원화가 세계 증시 변동과 상당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원화가치 변동을 예측하는 게 국제 금융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고 믿게 됐다.”

-현재 환율이 일단 수출 면에선 한국에 유리한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아시아만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한국이 환율 덕을 봤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 수요가 생기지 않는 한 원화가치 하락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최근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계 경제가 언제쯤 되살아날까.

“역사적으로 볼 때 증시가 바닥을 친 뒤 6개월 후부터 경제성장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또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뒤 6개월 후부터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증시가 회복한다면 2010년 중반쯤 가야 세계 경제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다.”

김필규 기자

◆이매뉴얼 가버던=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을 나왔으며 89년 골드먼삭스에 입사한 뒤 런던·취리히 지점 대표를 지냈다. 프랑스 파리와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헤지펀드 부사드&가버던의 창업자며 현재 영국계 투자 자문업체 스퀘어캐피털의 파트너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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