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이렇게 치른다]5.민간 선거 감시…검은거래 거미줄 감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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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눈 앞에 불법과 부정은 있을 수 없다.

'살찐 고양이' (Fat Cat) 도 우리 앞에서는 쥐다.

" 눈을 부릅뜨고 선거부정을 철두철미하게 감시하는 미국 유권자 운동단체들이 내걸고 있는 기치 (旗幟) 다.

'살찐 고양이' 란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특권혜택을 노리는 개인이나 이익단체를 지칭하는 은어. CPI (Center for Public Integrity) 와 커먼 코즈 (Common Cause) 등 미국의 대표적 선거감시단체들은 '살찐 고양이' 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선출직 공직자들의 불법을 거미줄같은 감시망을 통해 적발해낸다.

실례를 보자. 지난해 초 CPI는 앨 고어 부통령이 재직중 자금을 전용한 사실을 폭로, 미 정계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고어 부통령이 "상원의원 선거자금중 쓰다 남은 2만1천5백15달러를 부통령 취임 이후 리셉션 비용, 꽃값, 컴퓨터서비스 대금으로 불법전용했다" 는 내용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94년에는 80년부터 90년 사이에 은퇴 또는 낙선한 의원 3백여명이 쓰다 남은 선거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은행계좌로 이체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시민감시단체의 이같은 활동은 "공정한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표자만이 진정으로 시민들의 권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 는 유권자 의식에서 출발한다.

또 선거관리위원회등 공공기관이 모두 담당하기 어려운 선거 관련 업무를 보완해주는 측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시민감시단체들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각종 이익단체들과 구분된다.

특정한 이익을 대변할 목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기관들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 회원들의 자발적인 회비와 성금으로 기관이 운영되며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등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

시민감시활동이 일찍이 꽃을 피운 곳은 역시 미국이다.

1920년 '미국 시민의 자유연합 (ACLU)' 을 필두로 회원 25만여명에 전국적인 조직을 자랑하는 커먼 코즈를 포함, 워싱턴에만도 2백여개에 달하는 시민감시기구들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선거과정에서 공직자들의 돈에 얽힌 배후를 밝히는데 집중된다.

정당의 선거자금 모금과 사용실태의 감시는 물론 정치인 개개인의 활동자금 내용을 추적하며 이를 위해 회계사나 변호사등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시민감시단체 외에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매우 두드러진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투.개표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축은 민간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투표 관련 선거사무에서부터 투.개표 관리까지 맡아본다.

다른 선진국들의 시민감시활동은 미국만큼 활발하진 않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맑은선거추진운동협의회' 등이 공명선거 캠페인과 함께 기권.매수 방지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생활 속에서 정치를 바꾸는 여성의 모임' 이 정치인들의 출장과 외유감시를, '선거공약을 살리는 시민의 모임' 이 의원들의 선거공약 위반사례를 적발해 공개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공민의 자유 (NCCL)' '비핵화운동 (CND)' 등 영국의 시민단체는 노동당과 보수당 중 어느 한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선거과정을 서로 감시한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유권자운동은 인터넷 보급의 확대와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적은 자금과 인력으로 많은 대중들을 참여시켜야 하는 이들 단체에 인터넷은 새로운 활동의 장 (場) 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워싱턴 = 길정우.이재학 특파원

런던 = 정우량 특파원

파리 = 배명복 특파원

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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