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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한방] 쉽게 화내는 성격 심장 열 풀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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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굴이 벌겋고 눈이 붉게 충혈된 40대 중년 남성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작은 감정도 제어가 안 되는 듯 목소리가 격앙돼 있다. 그는 가슴이 항상 답답하고 작은 일에도 울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단다.

또 쉽게 흥분하거나 남하고 잘 다퉈 사고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스스로 고쳐보려고 했지만 크든 작든 감정이 일단 상하면 주체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원인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믿었던 동업자가 배신해 부도가 난 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삭일 수 없었다. 그 뒤 혼자 노심초사하던 끝에 이런 증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는 '심화상염(心火上炎)'이라 해서 심장신경계의 이상 항진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장에 열이 차면 이 열이 위로 올라가 병증을 일으킨다. 증상을 보면 안면의 모세혈관이 확장돼 얼굴이 붉고, 혈압이 올라 머리가 아프며, 눈이 충혈된다. 심장신경계에 이상 항진이 생기면 교감신경이 과민해져 작은 일에도 흥분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혈맥이 굳어지고 뇌내에 모세혈관이 약해져 자칫 중풍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청심안심(淸心安心)'이라 하여 심장의 화기를 내려주고, 심장신경계의 이상 항진을 진정시켜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련.황금.황백 등 세 가지 약재를 일컬어 '삼황(三黃)'이라 하는데, 이 삼황은 심장의 화기를 풀고 열을 내려주는 귀한 재료다.

이를 이용한 대표적인 약제로 삼황사심탕(三黃瀉心湯)을 들 수 있다. 심장신경계의 이상 항진을 진정시키는 약과 우황청심원을 함께 복용하면 심장의 화가 가라앉고 흥분이 진정된다.

속열을 가라앉히고 갈증을 해소시키는 음식과 약도 도움이 된다. 찬 성질을 가진 보리밥.열무김치.무.수박.오이.냉면.메밀.참외.미나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마늘.생강.고추.후추.인삼 등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열을 내는 식품이다.

자신의 성격이 과격해 화를 제어할 수 없다면 마인드 컨트롤을 배워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정이 상했다 해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는 여유를 갖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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