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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9.삼성 전자레인지…철저한 시장분석으로 세계1위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는 세계무역센터와 월스트리트의 증권거래소등이 몰려 있는 세계의 경제 수도다.

이 무역센터 건물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J&R' 이라는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이 있다.

땅값이 엄청나게 비싼 이 지역의 한 블록을 차지하고, 컴퓨터에서 전기면도기까지 갖가지 전자제품을 판다.

이곳의 전자레인지 매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현수막부터 눈에 띈다.

삼성전자 제품은 이 매장에서 샤프등 일본 제품을 제치고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삼성 전자레인지는 이곳에서 판매된지 2년밖에 안되지만 가장 중요한 상품중 하나로 분류된다.

J&R의 가전 구매담당 내트 골드스타인 (60) 씨는 "삼성의 전자레인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어나 매달 60대 정도 팔린다" 며 "소비자 인지도도 일본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 말했다.

미국의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은 이른바 하이엔드 (HIGH - END) 제품만 취급하는 최고급 백화점이다.

미 전역 대도시에 30여개의 매장이 있는 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상품은 고급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최고급 백화점 독점 공급 삼성은 95년말부터 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전자레인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블루밍데일스에서 팔리는 삼성 전자레인지의 가격은 1백60~2백달러 (약 15만~18만원) 선. 미국에서도 비교적 비싼 값이다.

삼성 전자레인지가 저가 시장뿐 아니라 고급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93년 북미시장에서 35만대를 팔아 전자레인지 업계 순위 4~5위에 불과했던 삼성은 지난해 2.5배나 늘어난 84만대를 판매해 일본 샤프에 이어 2위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목표인 1백만대 판매도 무난할 전망이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가전제품 전문점 '다티' 3층의 전자레인지 코너에서도 삼성 전자레인지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삼성의 최고급 제품 '뉴트리옹드 (NUTRI - ONDES.영양레인지)' 만 취급하는 진열대를 별도로 만들어 수시로 특판 행사를 한다.

바로 옆 월풀 매장의 구매객보다 삼성 매장에서 제품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월풀 제품은 2천6백90프랑 (약 41만7천원) 이지만 삼성 제품은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1천7백90프랑 (약 27만7천원) 으로 싸기 때문이다.

삼성 전자레인지는 87년 프랑스에 처음 진출한 후 해마다 판매량이 늘어나 지난해 2월부터 정상을 지키고 있다.

샤프.파나소닉등 일본 제품도 물리넥스.월풀등 서구 상표에 밀려 힘을 못쓰는 이곳에서 삼성이 1위에 오른 것이다.

佛 시장서 굳건한 정상 전자레인지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호조로 삼성 전자레인지는 올해 판매량 세계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전체적으로 5백만대를 팔아 일본 샤프에 이어 2위 (세계시장점유율 18.8%) 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5백70만대를 팔아 세계1위 (20.7%)에 오른다는 목표다.

한국의 단일회사 가전제품이 세계1위를 차지하는 것은 삼성의 전자레인지가 최초다.

삼성 전자레인지의 성공은 좌절을 딛고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한 상품개발.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88년에도 삼성 전자레인지는 당시 1위였던 소니에 이어 세계2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89년 전자레인지로는 리스테리아균이 살균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유럽에 퍼지며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나라마다 음식문화가 달라 전자레인지도 지역에 따라 다른 용도와 기능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역별로 다른 시장전략이 필요하다.

또 전자레인지는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간 품질 차이가 미미해 제품개발과 마케팅.광고에서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삼성은 이런 점을 파고 들었다.

유럽시장은 제품개발 아이디어가 성공한 사례다.

95년말 삼성은 조리실 내부를 법랑으로 코팅한 제품을 유럽 시장에 내놓았다.

고급스러워 보이고 청소가 간편한 법랑형은 큰 인기를 끌며 삼성을 단숨에 유럽시장 1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다른 업체도 유럽에서는 모두 법랑형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

미국시장은 철저한 마케팅과 광고가 성공한 경우. 93년까지 미국 전자레인지 시장에는 '판촉' 의 개념이 없었다.

삼성은 각종 행사의 후원에서 극장광고까지 파고드는 광고공세를 벌였다.

특히 95년부터 시작한 '건강' (Simply Healthy) 을 주제로한 광고 덕에 '삼성전자레인지 = 건강한 음식' 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상품 기획력 더 높여야" 삼성전자 뉴욕 본사의 최재관 (崔在寬) 차장은 "조리메뉴를 기름진 음식에서 저칼로리 음식으로 바꾸고 건강다이어트 강습회를 갖는등 건강이미지를 강조해 큰 호응을 얻었다" 고 말했다.

그 결과 미국시장에서도 최근 점유율 1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NBC뉴스.컨슈머 리포트등 유명 매체에서 '베스트 상품'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색.흰색 일변도의 색상에서 벗어나 빨간색.초록색.겨자색등 지역별로 선호하는 색상을 과감히 도입한 것도 성공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삼성 전자레인지가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력이나 디자인을 개선해야 하며 브랜드 이미지도 높여야 한다.

지난해 68%에 머물렀던 총수출중 자가브랜드 비중을 높이는 것도 숙제다.

뉴욕·파리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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