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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고교 평준화 - 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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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등이라는 공정성의 개념을 실현하고자 시행됐던 고교평준화 정책이 올해로 23년이 됐다.

고교입시 과열경쟁해소 차원에서 시행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평균학력의 증가, 고교 시설의 향상, 재수생을 포함한 제반 사회문제 해결의 기여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평준화 정책은 교육 자체 본질면의 하나인 경쟁의 원리를 말살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옴으로써 수월성 교육이라는 우수성 추구 교육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의 주도로 실시한 고교평준화제도 개선에 관한 일선 고교 교사들의 여론을 보면 교직경력 15년 이상은 현행 제도에 찬성 42%.반대 58%, 15년 이하일 경우 찬성 35%.반대 65%로 전체 평균은 찬성 38%.반대 62%로 나타났다.

고교평준화 교육에 대한 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제도 자체에 대한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고교평준화는 왜 폐지돼야 하나. 첫째,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에 대비하는 것이다.

미래학자 나츠빗의 표현대로 '오늘날의 세계는 지난 수세기에 걸친 변화를 10년에서 이제는 5년으로 단축' 할만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는 경제와 기술면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경우 국제 경쟁력 강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적 자원이다.

따라서 경제및 과학.기술분야의 필요한 인적 자원 발굴을 위해서는 선발에서부터 양성에 이르기까지 경쟁력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당시의 고교진학률은 약 70%였으나 최근에는 중졸자의 98% 이상이 고교진학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로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인적 자원의 양적 확보가 시급했으나 이제는 교육의 수월성이라는 질적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평준화 실시로 엄청나게 불어난 고교 학생수의 증가는 하향 평준화라는 고교교육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자체가 획일적인 대학입시에 치중함으로써 대학의 과열입시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했다.

고교교육은 대학에 가지 않고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직업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최근 설립 신청 러시를 이루고 있는 미니고교, 즉 자동차고.디자인고.영상미디어고.대중음악고.패션코디네이터고 등은 수월성 교육의 기준을 단순히 지적 교육만이 아니라 학생의 재능에 바탕한 능력 위주의 선발까지도 암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준화 이전에 비해 지능이나 수학능력에 따른 개인차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한 학교내의 수준차가 심한 집단내에서는 획일적인 학습지도 실시로 우수학생들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됐고, 열등학생들은 더욱 뒤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라고 할 일선 교사들의 학습지도에 따른 곤란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고교평준화의 폐지는 고교입시로의 단순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질적 변화로의 수월성 교육과 그러면서도 다양한 고도산업사회의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학생들의 소질및 적성을 고려한 교육의 기회균등을 동시에 실현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태섭 <국회의원,자민련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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