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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늘만 생각한다 ‘로맨틱 아일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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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7m 담으로 둘러싸인 세계의 끝을 그려낸다.

“여기는 세계의 끝일세. 세계는 여기서 끝이어서 더 이상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네.” 소설 속 문지기의 말처럼 세계의 끝에선 담에 막혀 더 이상 아무 곳으로도 갈 수 없다.

서울에서 비행으로만 15시간 걸려 세이셸(Seychelles)에 도착했을 때, 세계의 끝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세이셸은 인도양에 있는 115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다.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케냐에서 또다시 동쪽으로 약 1600㎞ 떨어진,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세이셸이 있다. 세이셸은 담이 아닌 바다로 사방을 둘러싼,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 그 덕에 희귀한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본래 위치라는 발레 드 메르 국립공원도 이곳에 있다. ‘지구상 마지막 파라다이스’ 또는 ‘시간도 잊게 해주는 천국’으로 소문나 유럽과 중동 부호들의 휴양지로 인기다.

한은화 기자

온통 푸른 자연만 있는 나라 세이셸의 가장 큰 섬인 마헤섬의 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바다의 푸른색뿐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이 섬은 제주도의 4분의 1만 한 작은 섬. 총인구 8만5000여 명 중 80% 이상이 이곳에 살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도 이곳에 있다. 이 작은 섬에 해변은 65개가 넘고, 연중 섭씨 24~30도의 날씨 덕에 해변엔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낮의 해변은 놀이터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해변가에서 파도놀이를 하며 깔깔거리고, 코코넛 나무 아래에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떤다.

‘밤의 해변은 파티다’. 사람들은 디스코텍 대신 해변을 찾아 맥주와 바비큐 생선요리를 먹고,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해변을 걷다 보면 길가에 팔뚝만 한 생선을 파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간이 생선가게다. 30년이 넘도록 어부로 일해온 프란스(67)의 가게는 마헤섬에서 가장 긴 해변인 ‘보발롱 비치’ 가장자리에 있다. 그는 매일 고기를 잡아와 바닥에 늘어놓고 판다. “바다에 나가 10분이면 하루에 팔 분량의 생선이 잡힌다. 더도 말고 딱 그만큼만 잡아 온다”고 했다. 많이 잡으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필요한 돈이 있으면 그때 생선을 더 잡으면 된다”고 웃는다. 이들의 삶은 느긋했다.

희귀 자연의 보물창고 마헤에서 페리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세이셸에서 둘째로 큰 섬인 프랄린에 닿는다. 프랄린에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코코넛’ 코코드 메르(사진右)가 열리는 발레 드 메르 국립공원이 있다. 코코드 메르 나무는 암·수로 나뉜다. 여자 나무에는 여자 성기 모양의 코코넛이 열린다. 무게만 30kg이 나간다. 남자 나무에는 남자 성기 모양의 꽃이 핀다. 수나무의 꽃이 바람에 날려 암나무로 가서 열매를 맺는다. 노란 꽃에서는 팝콘 냄새가 난다. 수백 살 먹은 높은 코코넛 나무를 헤치다 보면 어느덧 방향감각이 사라진다.

프랄린 섬에서 페리를 타고 15분을 가면 라디그 섬이 나온다. 라디그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찍은 장소로 유명하다. 영국 BBC가 세이셸을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섬은 자전거를 빌려 돌아볼 수 있다. 정부가 통제하는 차량 6대 외에 차가 없기 때문이다.



라란 세이셸 관광청장 “자이언트 거북 15만 마리 고래상어도 볼 수 있죠”

 

모리스 로스토우 라란(사진) 관광청장은 “세이셸은 아주 로맨틱한 섬이어서 누구든지 이곳에 오면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세이셸의 115개 섬을 모두 둘러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Q.세이셸의 가장 큰 매력은.

“화강암 섬과 산호 섬이 같이 있다는 것이다. 세이셸은 고생대부터 내려오는 자연과 곤드와나 대륙이 쪼개지면서 만들어진 기암괴석이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다. 섬의 60~70%가 산호 섬이라 모래가 하얗고 부드럽다.”

Q.모든 섬에 사람이 사나.

“20여 개 섬이 무인도다. 관광객은 현재 11개 섬에만 갈 수 있다. 앞으로 5개 섬을 더 개발할 생각이다.”

Q.가장 특이한 지역이 있다면.

“마헤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30분을 가야 하는, 세이셸에서 가장 먼 알다브라섬이다. 유네스코에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생태계가 펼쳐진다. 해안 동물·고래상어와 자이언트 거북 15만 마리가 이 섬에 있다.”

Q.자연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세이셸은 오직 자연뿐이어서 자연 보호에 철저하다. 섬을 개발할 때 50%만 개발하고 나머지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 원래의 생태계로 복원하는 것이 우리 목적이다. 너무 많은 관광객은 섬을 오염시킬 수 있어 관광객 수도 제한한다.”



Tip

여행 정보 우리나라에서 세이셸로 가려면 적어도 한 나라를 경유해야 한다. 에미레이트와 카타르 항공은 두바이나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해 세이셸까지 가는 비행기편을 주 4회 운항한다. 에어 세이셸은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비행기편을 주 1회 운항한다. 비자는 필요 없다. 세이셸에 도착하면 30일의 여행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세이셸의 화폐 단위는 루피(SCR)다. 1루피는 약 100원으로 계산하면 된다. 국내 여행사로 에코원 디스커버리에서 세이셸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주한 세이셸 관광청(www.seychellestour.co.kr)과 에코원 디스커버리(www.tournet.co.kr)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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