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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버무린 영양밥상

중앙일보

입력


지장수로 지은 경기도 여주 '목련정사'의 떡갈나무잎밥. 12년간 밥과 나물 요리를 연구해온 일회 스님의 손맛이 더해졌다. 전북 익산 '본향'의 마약밥은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전통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 안국동 '디미방'의 겨우살이 돌솥밥은 입맛과 건강을 동시에 찾아준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갓 지어 올린 밥에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형언할 수 없는 밥 내음에 오감이 사로잡힌다. 김치 반찬 하나만으로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울 듯하다. 여기에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 몇 가지 곁들이니 수라상이 부럽잖다. 정성과 영양으로 상차림한 밥집의 재발견-.

목/련/정/사
지장수로 지어낸 떡갈나무잎밥
 이름에서 짐작되듯 경기도 여주의 작은 절이다. 이곳은 떡갈나무잎밥을 맛보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차려내는 밥상에선 일회 스님(60·목련정사 주지)의 철학과 한결 같은 정성이 느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심신이 건강해지면 경제활동도 열심히 하게 되고 결국 부도 축적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밥과 나물 등 음식을 연구한 지 12년이 됐다는 스님. 전국의 산과 들에서 밥상의 재료를 찾다보니 어느새 암자 주위는 야생화 단지가 조성됐고, 각종 장을 담근 항아리가 수십 개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라는 스님은 고추장·된장·간장·김치, 심지어 약초도 모두 지장수(황톳물)를 쓴다. 김치는 소금이 아닌 바닷물로 이틀 절인 후 지장수로 헹궈낸다. 약성분을 지닌 13여가지의 산나물은 염장해뒀다가 예약을 받으면 2~3일전 염분을 빼낸다.

 고비·곰치·토란대·다래순·갓나물은 백봉령이나 운두령 등 해발 1000m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들이다. 밥에는 느릅나무, 뽕잎과 솔잎, 떡갈나무잎이 들어간다. 밥을 짓는 물도 지장수다. 오전 8시 30분부터 두 시간 반쯤 걸려 밥이 완성된다. 아픈 사람, 노약자 순으로 손님을 받는다. 스님의 호통이 듣고 싶지 않다면 밥값은 묻지마라. 성의껏 시주하면 된다.

 양평터미널에서 천서리가는 여주행 시내버스를 타고 천서사거리에서 하차, 또는 이천터미널에서 이포행 시내버스를 타고 유정산업에서 하차, 스님에게 전화하면 된다. 이천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문의: 031-882-5328

본/향
별난 이름이 맛 더하는 창작 한식
 식전에 마시는 마 가루 음료를 시작으로 마 샐러드·마 스테이크·마 잡채·마 튀김 등 이곳 모든 요리의 중심에 '마'가 있다. “한식을 기본으로 익산의 특산물인 서동 마와 제철 재료를 섞어 다양한 창작요리를 선보이고 있죠.” 김희연(44)사장의 말이다.

 음식마다 이름도 별나다. 마를 넣은 유부요리는 ‘마누라’, 다섯 가지 색깔의 김밥은 ‘오방색꽃밥’ 이고, 도토리를 말려 만든 요리는 ‘오바마’다. 두 개의 산양산삼이 서로 마주보듯 다정한 ‘비아그라’도 있다. 김씨는 손님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매번 다르게 연출한다. “음식에 지역 정서와 문화, 그리고 시사성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먹는 사람이 특별한 인연을 느끼며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무엇보다 백미는 마(麻)약밥이다. 쌀과 마, 그리고 다시마와 각종 견과류와 계피·감초 등을 넣고 밥을 짓는다. 중요한 것은 물과 불, 그리고 뜸 조절이다.

 완성된 밥은 대나무 찜통에 넣고 삼베보자기에 싸서 몇 가지 반찬과 함께 나온다. 33가지 재료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일단 맛을 보면 ‘중독’되기 마련이다. 마약밥이란 이름이 실감난다.

마약밥정식 1만원, 선화공주정식은 1만5000원, 무왕황제정식 2만3000원. 전북 익산 신동, 원광대병원과 익산병원 사이에 있는, 세한주유소 사거리에 있다. 익산기차역에서 택시로 5분 소요, 택시비는 3000원 정도. 문의: 063-858-1588

디/미/방
아무리 먹어도 부담없는 약초요리
 약초 연구가로 알려진 최진규(49)씨의 밥집 디미방은 서양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겨우살이 달인 물로 밥을 짓는다. “특별한맛보다, 먹고 탈이 나지 않는 믿을만한 음식을 준비할 뿐입니다. 겨우살이는 고혈압 및 혈액순환 개선, 중풍예방, 항암효과가 있습니다. 겨우살이 달인 물로 밥을 지으면 특유의 점성으로 밥에 찰기가 돌고 감칠맛이 납니다.” 음료 역시 겨우살이 달인 차다. 마실수록 구수한 맛이 일품.

 바다 갯벌에서 짠 물을 먹고 자라는 퉁퉁마디라는 약초도 있다. 최씨는 이 퉁퉁마디를 짜다는 뜻의 함(咸)자를 써서 ‘함초’라 이름짓고 함초비빔밥을 개발했다. 맨밥에 함초를 올려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는데 미네랄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최씨는 가장 흔한 게 제일 좋은 약초라고 말한다. “키 작은 대나무로 불리는 조릿대는 당뇨와 고혈압, 위장병과 간염 등에 좋습니다.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약초죠.”

 그는 또 전통음식만큼 몸에 좋은 것도 없다며 말을 잇는다. “만성 위장병에는 잘 발효된 물김치가, 간 기능에는 오래 묵은 조선간장이 좋고 위와 장에 좋은 된장도 있어요.” 디미방은 화학조미료도 쓰지 않고, 고기도 팔지 않는다. 약초요리가 전부로 배불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종로경찰서 뒤편에 위치. 디미방 정식 1만3000원, 나물정식은 2만3000원, 한초정식 3만5000원. 문의: 02-720-2417, www.dimibang.kr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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