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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그러나 지난 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상위 3위 안에 타워팰리스는 없었다. 그 자리는 삼성동 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2차, 트라움하우스3이 차지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왼쪽)와 대치동 우성아파트.

◇교육 앞에서 더 작아지는 타워팰리스

5일 찾아간 타워팰리스는 여전히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각종 외제차가 즐비했고, '국제학교'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기다리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주변 부동산업소를 찾았을 때 타워팰리스의 명성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타워팰리스의 3.3㎡당 가격이 바로 길 건너인 대치동 우성아파트보다도 낮았다. 현재 시세로 타워팰리스 1차는 165㎡(전용면적 121㎡)이 17억~15억5000만원인데 비해 우성아파트 1차는 이보다 작은 148㎡(전용면적 127㎡)가 23억 ~18억원 정도다.

22년 전에 지어진 15층짜리 우성아파트는 최고 69층인 타워팰리스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타워팰리스에 가려진 일부 세대 주민은 볕을 쬐러 주차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타워팰리스가 우성아파트에도 밀릴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교다. 우성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은 강남에서도 공부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대청중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지만 타워팰리스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구 교육청의 중학생 학교 배정은 행정구역과 상관 없이 근거리 원칙을 따른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곳에 학교를 배정하고, 정원이 넘치면 거리가 먼 다른 학교에 배정하는 것이다. 우성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은 대청중학교에 100% 배정받지만 타워팰리스 거주 학생은 길 하나 차이로 다른 학교에 가야 한다.

대치동에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이기도 한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학교배정기간에 통·반장이 불시에 가정을 방문, 학생의 옷이나 책 등이 그 집에 실제로 있는지 검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타워팰리스는 남에게 전세로 주고, 자신들은 우성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경우도 생겨났다. 인근 학원의 원장은 “이곳의 교육열은 엄청 나다. 학교배정기간을 전후해 3개월 정도 월셋방을 얻어 생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세월 앞엔 장사 없다

타워팰리스 입주가 시작 된 시점은 2002년 10월. 벌써 6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강남에 신축 아파트가 늘었고 특히 최근 2년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다. 최신 시설이라는 면에서 타워팰리스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업체 스피드뱅크의 함종영 팀장은 “2003~2006년에는 타워팰리스 가격이 40~50% 상승하며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를 이끌었으나 현재는 그 거품이 빠지고 있다”면서 “강남에 신축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타워팰리스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진 것도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부동산뱅크의 신경희 팀장은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실수요자보단 투자자의 투자여부가 가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투자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높은 교육열로 인해 인근 우성아파트 등에 투자하면 전세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타워팰리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바로 앞에 있는 상가건물 중 한 곳의 지하 1층 식당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전 주인이 경매를 통해 매입했으나 빚을 갚지 못해 다시 은행에 넘어간 것이다. 1년여 동안 비어있는 463㎡의 가게 자리는 쓰레기로 차 있었다.

임현욱·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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