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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인체 각 부위의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심청전 (沈淸傳)' 에서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마련해야 했던 것은 '공양미 3백석' 이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한다면 5천만~6천만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작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 것은 딸의 효심이었지 쌀 3백섬은 아니었다.

째지게 가난한 살림에 쌀 3백섬을 구하려다 보니 그런 효심도 나올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문제는 쌀 3백섬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값어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라면 그 10배, 1백배라도 기꺼이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심봉사의 '눈값' 이 6천만원이었다면 돈많은 사람의 '눈값' 은 6억원도, 60억원도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스포츠맨이나 연예인의 '몸값' 도 마찬가지다.

무려 1백배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의 '몸값' 도 천차만별임은 사고가 나서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생기면 확실하게 드러난다.

물론 신체중 어느 부위를 얼마큼 다쳤느냐에 따라 치료비는 말할 것도 없고 보상금도 달라지게 된다.

지난 95년초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시의 한 병원에서는 기상천외의 일이 벌어졌다.

당뇨병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보니 멀쩡한 왼쪽 다리가 절단돼 있었던 것이다.

의사의 순간적인 착각 탓이었다.

결국 이 환자는 두 다리를 모두 잃게 됐는데 이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피해보상은 우리돈으로 약 20억원이었다.

많은지 적은지 언뜻 판단이 서질 않지만 이 경우도 환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보상 액수가 달라졌을 것은 분명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병원측과 환자측은 합의를 보지 못하고 법정에 서는게 상례지만 판결에 양쪽이 똑같이 만족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언제나 병원측은 많다고, 환자측은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는 의료사고때 법원이 지급판정한 보상금을 토대로 인체 각 부위의 값을 매겼다.

이에 따르면 뇌손상이 15억원으로 가장 많고, 시력상실에 2억5천만원, 코의 악취에 2억여만원, 폐기능저하에 1억2천여만원등의 순이었다.

비슷한 의료사고때 전례 (前例) 로서 판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사람의 '몸값' 이 저마다 다를 터인즉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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