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100년’ 소록도 길이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09.03.04 01:35

업데이트 2009.03.0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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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록도와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리를 잇는 소록대교가 2일 완전 개통됐다. 길이 1160m, 왕복 2차로의 현수교다. [연합뉴스]

 소록도에 사는 한센인들이 어느 때든 차를 타거나 걸어서 육지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섬과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리를 잇는 소록대교가 2일 완전 개통된 덕분이다.

소록도는 녹동항에서 600m 떨어져 있다. 뱃길로 5분 거리에 불과하고, 여객선이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항해 왔다. 그러나 한센병 환자를 엄격하게 강제 격리·수용하던 시절에는 헤엄을 쳐 탈출하다 숨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길이 1160m, 왕복 2차로인 소록대교는 전남도가 2001년 착공해 현수교 양식으로 건설했다. 교량 상판을 잡아맨 케이블을 지탱하는 높이 87.5m의 주탑 2개는 각각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형상이다. 사업비는 연결도로 2960m의 공사비까지 합쳐 1652억원이 들어갔다.

교량은 2007년 8월께 공사가 거의 끝나 이 해 추석부터 명절 때마다 일시적으로 도보 통행이 허용됐다. 그러다 최근 교량에서 섬 안 소록도병원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뚫려 완전 개통이 이뤄졌다. 전승현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섬과 육지를 잇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다리인 만큼 개통식은 날을 따로 잡아 화합의 축제 형식으로 치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통식 날짜는 한센인의 날(5월 17일)과 도양읍민의 날(5월 1일)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소록대교 개통으로 한센인 등 섬 주민의 뭍 나들이가 편해졌다. 섬 전체가 국립병원으로 지정된 소록도에서는 현재 한센인 617명과 병원 직원 191명,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센인의 평균 나이는 73세다. 국립소록도병원은 1916년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출발했으며 한센병 환자의 진료·치료와 후생사업, 사회 복귀를 위한 직업 보도사업 등을 하고 있다.

김정행(70) 국립소록도병원 원생 자치회장은 “숙원인 다리가 뚫림으로써 육지와 소통이 원활해져 기쁘다”며 “한센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익산지방국토관리청·고흥군은 연도교 개통으로 소록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소록도에 대형 주차장과 휴게소·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의 1.5배 크기인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때 황금편백나무·삼나무·팔손이나무·치자나무 등으로 가꾼 중앙공원이 아름답고 시신을 해부하던 검시실과 한센인 교도소 등 한센인의 애환이 서린 볼거리가 많아 연간 6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한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소록도와 이 섬 남쪽 거금도(주민 5300여 명)를 잇는 해상 교량 2030m와 연결도로 4640m를 건설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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