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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적게 쓰는 농촌 만들기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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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농촌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들어보면,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농촌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기름 값 상승으로 영농의 어려움은 크며, 생활에 필요한 난방비와 전기료 등은 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각종 지역개발 정책에 의해 지원된 농촌 공동시설은 유지관리비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나마 주민 활용도가 높다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의 이용 만족도가 43%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경제적 요인, 즉 난방비를 비롯한 건축물의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지역개발 사업의 주요 개념인 친환경성은 이용자의 사용성과 지속적인 유지관리 가능성을 말한다. 하지만 농촌의 각종 시설물과 활용 실태를 보면 이러한 친환경적 개념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태양광 주택 10만 호 보급사업, 그린 빌리지 조성사업 등을 통해 농촌 지역에 태양광 주택과 발전설비를 보급하고 있다. 이 정책은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비를 지원하며,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여 농촌 주택의 주거 지속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긍정적 측면을 가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설치비 보조 지원 비율이 50%로 감소될 예정이다. 3차 오일쇼크가 언제든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농촌 지역을 에너지 저소비형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에너지 저소비형 환경이란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태양열·풍력·중수·지열 시스템 등을 농촌 지역시설에 적용하고 친환경 건축 설계개념을 적극 도입해 에너지 소비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건축설계의 목표는 에너지 저소비형 시설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촌의 건축에서는 친환경성(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설계개념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에너지 저소비형 농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촌을 위한 에너지 저소비형 시설 보급정책’(가칭) 같은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에너지 자립형 마을의 수를 늘리고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촌 지역 개발정책이 농민의 소득을 높이는 기본적인 차원을 넘어 농촌이 새로운 사회 변화를 수용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생명력 있는 유기체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정확한 처방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발 빠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책기관의 대응 속도가 농촌의 생사(生死)를 바꿀 수 있다. 필자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농촌에서 시작되고 시급히 보급되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한다. 에너지 위기의 시대, 절약만이 최선의 에너지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강섭 농어촌연구원 주임연구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