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아온 배대열씨. 강에서 잡은 참붕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아 참붕어 해장국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별난 매운탕’ 집 앞.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송파구 방이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김상훈(38·남)씨는 “입소문을 듣고 이 집 별미인 참붕어해장국을 먹으러 왔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낚시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민물고기를 많이 먹어봤는데, 붕어를 이렇게 요리한 집은 처음인 것 같아요. 비린내도 없고 맛있는데다,무엇보다 먹고 나면 기운이 나네요.”
손으로 물고기 잡는 ‘맨손맨’
기력 보강에 좋다는 참붕어를 먹으러 붐비는 시간은 점심이 시작되는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매운탕 장사를 한지 14년째입니다. 뭔가 특별하고 남다른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어릴 때 강에서 맨손으로 잡던 참붕어가 생각났죠.” 별난 매운탕 집의 주인장인 배대열(50)씨의 말이다.
그는 경기 이천·충북 진천·음성·충남 공주 등 강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다시 붕어를 잡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정말 손으로만 붕어를 잡는다는 사실이다.“그물·작살·배터리나 약을 풀어 잡는 것은 불법이지만 손으로 잡는 건 괜찮습니다. 게다가 40년 동안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왔으니 그물보다 제 손이 더 빠르고 정확하죠. 전국에서 손으로 물고기 잡는 사람은 아마 저뿐 일겁니다.”
스쿠버 복장을 갖추고 산소통을 이고 나타나 강에 들어가는 배씨. 잠깐 잠수하는 것 같더니 금세 10마리를 잡아 그물망에 가득 넣고 얼굴을 내민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많이 잡으면 한 번에 500마리, 100kg을 채워서 돌아온다. 강에 들어가면 붕어뿐 아니라 잉어·메기·쏘가리 등 매운탕 거리로 좋은 고기도 함께 잡는다. “물고기가 헤엄치며 나아가는 방향을 읽고 미리 기다렸다 낚아채는 겁니다.” 어릴 때 잡아보던 솜씨가 지금까지 도움이 된다는 배씨는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며 익혔다”고 말한다. 또 배운다고 모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란다. 물고기를 낚아채는 손끝의 감각이 중요한데 보통 감각은커녕 물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직접 담근 김치·동동주도 별미
손으로 붕어를 잡는다는 말을 못미더워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는 한 명이라도 지원자가 나서면 손님을 대동하고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그게 또 입소문을 타서 인원이 늘어나고, 모임이 커지면서 요새는 종종 피크닉처럼 손님들을 차에 싣고 물고기를 잡으러 떠난다. 물고기만 잡는 게 아니라 강 근처에서 잡은 고기를 바로 끓여 먹는다.
가게에서 싣고 온 큰 솥에 육수를 담고 불을 지펴 놓으면, 육수가 끓기 전에 배씨가 물고기를 잔뜩 잡아서 나타난다. 매운탕도 끓여먹고 구이도 해먹는데 식사 두 끼와 차비 포함 한 사람에 2만원이 고작이다. 가게에서 주문해 먹는 참붕어 해장국이 6000원인걸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손님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확인하고 또 맛으로 다시 한 번 확신을 드리는겁니다.” 배씨가 잡은 참붕어는 저수지가아닌 강에서 잡아 비린내와 특유의 흙냄새가 없다. “붕어는 요리하기 쉬운 고기는 아니다. 그래서 참붕어 해장국을 한 번 맛 본 손님은 다시 가게를 찾아온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부추와 다진 청양고추를 취향에 맞게 뿌려 먹는 참붕어 해장국.
참붕어는 내장과 비늘을 손질하고 두 시간 은근하게 고아서 소쿠리에 걸러내면 참붕어의 원액만이 고스란히 남는다. 여기에 토란줄기, 우거지, 된장, 수삼과 양념장을 넣고 푹 끓여낸다. 완성되면 부추와 다진 청양고추, 생선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향신료인 제피가루를 취향에 맞게 뿌려 먹으면 된다. 참붕어 해장국을 시키면 가게에서 직접담근 김치 다섯 종류가 상에 함께 올라오는데 이게 또 별난매운탕 집의 별미다. 겉절이·김장김치·백김치·총각김치·무김치를 해장국에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직접담근 매실 동동주도 인기가 좋다.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