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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건강한 웃음 주려 노력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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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방송 1000회 기념식장에서 정소녀(左)와 허참이 웃고 있다.

"남성팀 여성팀, 몇 대 몇!"

매주 토요일 저녁 KBS-1TV를 켜면 귀에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족오락관'의 명 진행자 허참(55)이다. 20년째 '몇 대 몇'을 외쳐 온 그가 오는 19일엔 1000회 진행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운다.

"몸에 힘 빼고 무리 없는 방송을 하려고 한 덕분이죠. 우린 거창하게 '오버'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눈길을 끌려고 하지 않아요. 시청자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기 위해 늘 노력하죠."

허참은 '가족오락관'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87년 교통사고를 당해 단 한번 방송에 빠졌을 뿐 20년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현재의 박주아까지 16명의 여성 MC, 23명의 PD가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제 자리를 지켰다. 출연 연예인만 8000여명이다.

"제 적성과 개성에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이에요. 진행하면서 항상 즐겁고 재밌었어요. 그런 직업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일부 오락프로 진행자처럼 억지로 웃음을 짜내려 하거나 몸으로 웃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와 재치 넘치는 멘트로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유머란 유머는 모두 달달 외울 정도로 숙지하고 있어요.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표현을 늘 연구합니다. 출연자가 확정되면 그 성향을 미리 취재하는 건 기본이죠"

그의 꿈은 앞으로 10년간 더 진행한 뒤 30대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30년 전 그가 30대의 나이로 '가족오락관'호(號)를 떠안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는 것이고, 저도 안심하고 이 자리를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 같아서야 죽을 때까지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나요, 좋은 후배 찾아야죠." 19일 오후 5시30분부터 90분간 방영되는 1000회 특집에는 서수남.MC몽.이홍렬.전원주 등 15명의 인기 연예인이 출연한다. 역대 베스트게임 열전이 마련되며, 주부 방청객의 활약상도 볼 수 있다. 80년대 이 프로그램의 MC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정소녀가 오랜 만에 시청자 앞에 나선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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