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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과부 차관 단독 인터뷰 “본고사 없다고 보장돼야 大入 완전자율화”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실세차관'으로 불리운다. 정권의 실세이자 교육정책의 설계자란 자신의 위상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인지 이 차관은 말을 아끼기로 유명하다. 차관 부임후 언론 인터뷰는 물론 현안에 대한 코멘트도 쉽게 하지 않았다.중앙 SUNDAY가 그런 이주호 차관과 단독인터뷰를 했다. 이차관은 인터뷰에서 대학입시 제도를 비롯한 각종 민감한 현안에 대해 말을 쏟아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대입 완전 자율화 정책을 2012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임기 말에 가서, 그것도 ‘사회적 합의’라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자율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과부의 입장 변화는 대학은 물론이고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돼 2012년(2013학년도) 입시를 치를 학생과 학부모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일각에선 정부의 자율화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도 해석했다.

그러나 이주호(사진) 교과부 1차관은 “정부의 자율화 의지가 바뀐 것이 아니다”며 “2012년도에 가서 본고사(국·영·수 지필고사)가 부활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되면 그때 완전히 자율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도 ‘전혀 본고사 부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여건이 조성됐을 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19일 중앙SUNDA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브레인이자 정권 실세로 꼽히는 이 차관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차관은 “그때(2012년) 가서 메이저 대학들이 본고사를 친다고 하면 (완전 자율화는) 못 한다”며 “정부가 그렇게 안 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학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고사를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대입 완전 자율화란 그동안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폐지를 포함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 차관은 “대입 완전 자율화 방침이 본고사 허용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며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교육 개혁안을 만들 땐) 자율화를 해도 대부분의 대학이 본고사로 안 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교등급제(특목고 특혜) 논란에 이 차관은 “고교를 서열화해 점수를 더 주는 것은 안 된다”며 “고교등급제는 위헌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나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선발할 때 학교 차이를 인정하는 정도는 가능하고 그것을 등급제라고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북 임실군의 학업 성취도 조작 사건에 대해 이 차관은 “심각하고 안타깝게 보고 있다”며 “교과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감독 체계를 교육청에 맡겨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업 성취도 평가의 채점은 각 학교에서 하고 이를 교육청에 보고한다.

그는 “학업 성취도 조사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끌어올리려는 큰 정책 취지가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성취도 조사가) 더욱 잘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평가제에 대해선 올해 안에 법제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차관은 “교원평가제에 대해 전교조가 반대하고 있으나 국회 상임위원들 상당 부분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노무현 정부도 한다고 한 것이고 당시 열린우리당 당론도 반대가 아니었던 만큼 언론이 좀 더 주목해 주면 올해 통과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심지어 전교조 대변인 하셨던 분까지 교원평가제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며 “이 정도면 국민적 합의도 된 만큼 교원평가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강민석 기자

3월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공모해 年 1억원까지 준다
‘차관정치의 핵심’ 이주호의 교육개혁 구상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은 ‘강성’ 이미지다. 야당 의원 시절의 그는 투사였다. 한나라당 정책팀을 이끌며 노무현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정권이 바뀐 뒤엔 직접 메스를 들고 평준화 정책을 수술했다. ‘자율’과 ‘경쟁’이란 철학을 이명박 정부에 이식시킨 게 이 차관이다. 반발은 정면돌파해 나갔다. 자연히 진보 교육단체들의 표적이 됐다. 그런 이 차관이 지금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의 강성 이미지를 벗고 ‘소통’을 강조하는 중이다.

19일 오후 3시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실. 이주호 차관은 교과부 직원 두 명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방금 전 차관회의를 마쳤다고 했다. 그는 “무지무지 바빠 생각할 시간도 없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 시절의 자신을 “꼭 야당 의원 같았다”고 했다. “의욕에 불타 앞만 보고 일하고, 소통이 부족한 채로 빨리빨리만 끌고 가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통 부족에 대한 반발이 있었고, 그것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그는 차관이 된 후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현장에 내려간다. 소통을 위해서란다. 소통 대상은 교원단체총연합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같은 교원단체가 아니라 학교 현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개혁의 동력을 학부모·교사·학생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동안 언론과의 소통을 자제해 왔다. 인터뷰는 물론 현안에 대한 코멘트마저 아껴 왔다. 이번이 취임 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다.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줄인다
-곧 사교육비 통계가 발표되는데요.
“물가 수준(물가인상률) 정도로 올라간 것 같아요. 영어 사교육이 많이 늘어났고. 조사 시점이 지난해 7, 8월이었어요. 정부가 학원비 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이라 그 효과는 안 나타났고. 그래도 문제죠. 우리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안한 듯) 진전이 없어서 좀….”

-정권 내에 절반으로 줄일 수 있나요.
“참 힘들 거 같아요. 공교육 강화가 집토끼라면 사교육은 산토끼입니다. 옛날 정부는 산토끼를 먼저 잡으려 했죠. 과외대책 쪽으로 방향이 갔던 겁니다. 그러다 집토끼를 놓쳤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토끼(공교육)를 잘 키워놓고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겠다 이겁니다. 지난해는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라 현장의 변화를 못 가져왔죠. 하지만 올해는 실천의 해입니다. 현장이 바뀌면 그때부터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올 하반기쯤이면 많이 줄겠습니까.
“중앙일보가 발굴했지만 덕성여중 김영숙 교장 선생님이 만든 ‘좋은 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사교육 대책 중 가장 핵심이 학교 선생님들입니다. 김영숙 선생님처럼 ‘선행학습 안 해도 된다, 하지 마라’ 해야죠. 그거(선행학습) 하고 온 학생들이 학교에서 잠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 학교가 늘어나는 시점을 올 하반기로 봅니다. 3월부터 정부 차원에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사교육 줄이겠다는 학교를 공모해 지원해 주고 정말 줄어드는지 조사할 생각입니다. 1년 후 줄었으면 지원을 더 해 주고요.”

-얼마나 지원해 줄 생각입니까.
“학교당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교과부 내에서 토론하고 있습니다.”

-재원은 마련됐습니까.
“추경도 있고요. 특별교부금도 있습니다. ‘사교육 없는 학교’ 확산 대책이 물론 사교육비를 제로로 할 순 없고요, 강남 학교들이 빨리 줄겠어요? 20%, 30% 계속 줄인다는 것이죠. 중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의) 학교는 빨리 줄 거고요.”

완전 자율화, 정권 책임지고 추진
-대입 자율화 3단계 추진 시점과 관련해 혼선이 있습니다.
“대입 자율화 3단계 일정은 인수위 때도 2012년, 즉 2013학년도였습니다. 우리 자세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을 지원해 주거나 고교를 다양화해 (본고사를 치르지 않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잘 조성해 줄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과목을 단순화해 본고사를 치르겠다는 학교가 있습니다.
“교과부가 직접 개입할 순 없지요. 그 생각이 반드시 틀린 건 아니지만 (주요 대학이) 쭉 한 방향으로 가도록 의견 조율하는 것입니다. 일부 대학도 나름대로 특화하려는 노력을 하다 (본고사를) 얘기한 것이라고 보지만 본류가 바뀐다면 그건 아니죠. 합의 없이 가다간 자칫 안 좋은 결론이 나오죠. 모든 대학이 본고사로 가는, 극단적 형태로요. 그래서 대학총장님들이 모여 선진형 선발에 대한 공동선언을 한다든지, 이 정도는 서로 치고 경쟁하되 이렇게까지는 가지 말자는 금기를 협약할 수 있다고 봐요.”

-2012년은 이 대통령 임기 말인데.
“부담이 있긴 하지만 2012년이라고 한 이유가 정권 차원에서 책임지겠다는 뜻입니다. 자율화 의지가 없는 게 아니고요.”
학력평가 시험, 온라인 채점 검토

-학업 성취도 조작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아무래도 학교는 ‘내신 부풀리기’ 식의 유혹이 많을 수 있습니다. 교육청이 감독하든지 A학교가 시험 칠 때 B학교 선생님이 한다든지 하고 채점은 온라인으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2011년 이후 학교별 학업 성취도를 공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까요.
“지금부터 계속 보완해 나가야죠. 임실 같은 케이스가 없도록 실사를 잘해야죠.”

-서울시교육청이 교장평가까지 연계시킬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당장 바로 연결하기는 어려울 거고요. 데이터가 더 축적되어야지요.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연속 10%가 된다든지, 아니면 올린 학교는 포상한다든지 하다 보면 향상도가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평가에 연결하도록 설득하기가 좋겠죠.”

자율형 사립고생 선발 때 지필고사는 안 돼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를 많이 만드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사교육비 경감책과 상충할 수 있는데.
“MB 정권에 대한 많은 오해가 과거 회귀다, 옛날 경기고·본고사 부활하려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그게 아닙니다. 선진국 스타일로 간다는 겁니다. 좋은 학교에 대한 과거의 개념은 시험 잘 치는 아이들을 뽑아 일류대 많이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MB 정부에선 아이들의 잠재력·창의력을 높이는 학교가 좋은 학교입니다. 특목고나 민사고는 점수 위주로 뽑지만 성적 위주로 선발을 안 할 경우 좋은 학교는 많이 생기고 사교육에 대한 압력도 줄어들 겁니다. 하나고 같은 경우 오후 내내 스포츠 시키겠다는 거거든요. 그런 학교가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안 받게 입학사정관 제도도 열심히 하잖습니까? 우리 정부의 입시정책은 입학사정관이 핵심입니다. 입학사정관이 많이 학생을 뽑도록 하는 겁니다.”

-자율형 사립고도 성적 우수자들을 뽑으려는 관성이 강할 텐데요.
“민사고 같은 학교가 또 생기면 사교육 대란이 일어나죠. 사교육을 유발하는 형식은 안 됩니다. 학생 선발 때 지필고사 안 치고, 학교장 추천이라든지, 추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작위 배정이 아니라 학교에 지원한 아이들 중에서 뽑는 추첨이죠. 자율형 고교가 자립형 고교보다 입시 규제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데만 자율입니다.”

영어 공교육은 훨씬 더 회화 중심으로
-영어 공교육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인수위 때 영어교육이 국민이 걱정하는 큰 분야였고요. 저도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사교육에서도 영어 비중이 큽니다. 대통령께서 영어교육 의지가 강하시고 하니 영어교육은 조용히 잘 준비하겠습니다.”

-어떻게 준비할 건가요.
“훨씬 더 회화 중심으로 하는 거죠.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보조교사는 어떻게 활용하고, IPTV는 어떻게 활용하고, 이런 것들이 현장과 교감하면 좋은 방법이 나옵니다.”

만난 사람=송상훈 에디터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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