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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폭행 살인범 추적위해 한마을주민 유전자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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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궁에 빠진 강간.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프랑스 법원이 한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청.장년층 남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프랑스에 수학여행 왔다 살해된 영국인 여중생 캐럴라인 디킨슨 (13) 강간.피살사건을 수사중인 프랑스 북부 렌 항소법원은 15일 사건이 발생한 플렌 푸제르시 주민 가운데 범인의 연령대로 보이는 15~35세의 모든 남자에 대해 DNA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법제도에서는 법원 (예심판사) 이 기소전 수사를 담당한다.

법원측은 "검사가 강제사항은 아니며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실시된다" 고 강조했으나 검사를 기피할 경우 용의자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강제검사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던 약 5백명의 남자가 유전자 검사를 위해 경찰측에 채혈 (採血) 을 허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형사범 색출을 위해 이른바 '유전자 지문감식법' 으로 불리는 DNA검사법을 자주 활용해 왔으나 이번처럼 한 도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는 처음이다.

디킨슨은 지난해 7월 같은 학교 학생 40명, 인솔교사 5명과 함께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 지방으로 수학여행 왔다가 숙소로 사용하던 플렌 푸제르 시내 학생용 여관방에서 목졸려 숨진 시체로 발견됐다.

사건 당일 밤 디킨슨은 급우 4명과 함께 한방에서 잠자던 중이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디킨슨에게서 채취한 정액의 유전자 구조와 동료 남학생.남자교사.여관 종업원및 동네 우범자등에 대해 실시한 DNA검사 결과를 대조하는 작업을 광범위하게 벌여왔으나 아직까지 혐의자를 찾지 못했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영국내에 프랑스 경찰의 '무성의하고 무능한' 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져 이 사건은 양국간 현안 가운데 하나로 제기돼 왔다.

영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영국에 놀러왔다 강간.살해된 프랑스 여대생 카롤린 피자르의 살해범을 수주만에 검거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영국 경찰은 용의자로 보이는 트럭 운전사 수천명에 대해 DNA검사를 실시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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