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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빅3, 올 수주 물량 통틀어 ‘1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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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올 들어 1월 한 달간 단 1척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4척을 수주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조선업체 영업담당 임원은 “수주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배를 살 사람이 있어야 깎아 주기라도 할 텐데 인콰이어리(문의) 자체가 없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보다 23.2% 감소한 211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33.3% 낮춘 100억 달러로 정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업체별로 향후 2~4년 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주부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협회 한종협 상무는 “세계경제 침체로 물동량이 줄면서 선주들이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 발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통계에는 선박수출이 2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배를 완성해 인도한 것을 수출 실적으로 잡기 때문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수주 부진은 앞으로 수출 실적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간 수출 효자로 손꼽히며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업체까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침체로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수출 부진이 심하다.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수출 대수(해외공장 생산·판매 제외)는 지난해 1월보다 49%나 준 13만936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올 1월 해외생산·판매도 지난해 1월보다 25.3% 감소한 14만3648대에 불과했다. 기아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4%나 감소했다.

전기·전자 업계의 수출 현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세계 시장이 연중 최대 성수기였던 ‘크리스마스 시즌’은 물론 연초까지 찬 바람이 계속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깜깜하다. 일부에서는 올 하반기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지금 분위기로 볼 때 이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국내 한 전자업계 임원은 요즘 수출 현장을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국내 생산라인에도 전달됐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관련 업계는 감산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팔리지도 않는 제품이나 부품들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 과잉→경기 침체→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일부 외국업체가 파산할 정도로 심각하다. 수출 확대는 고사하고 공장 폐쇄와 감산, 휴일 확대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말 한국과 미국의 공장 세 곳을 폐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새해 초까지 12일간 공장을 멈췄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시황이 나쁘다는 판단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원호·김태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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