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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왜곡 정면 대응 천명국제 연대로 일본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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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17일 성명은 '신(新) 대일(對日) 독트린'이다. 독트린은 '과거사 반성을 일본에만 맡겼더니 실망만 안긴다. 따라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성하도록 만들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대로는 도저히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이다.

골자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 정면 대응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국제적 연대 ▶독도 문제 '과거사 왜곡' 차원에서의 대응이다.

성명엔 '일본 혐오'로 비칠 만큼 '극심한 불신'이 드러나 있다. 일본이 과거에 표명했던 사과와 반성마저 '없던 일'로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너무 기대에 동떨어지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런 실망이 양국 관계의 건강한 부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정부 당국자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 감정 등을 고려,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지만 한.일 관계의 근본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명이 "의사를 품위와 절제 속에서 표명하고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모욕을 주고 국가 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국제적 연대'는 과거사 왜곡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으로 처음 제시됐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필요하면 식민 피해를 본 나라들과 공동 보조를 취한다는 것이다. 일차로 중국이 거론된다.

그러나 '과거사 왜곡'에 대한 중국의 체감온도가 한국과 다르고, 한.중 관계 밀착은 한.미.일 관계에 이상기류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국가 대항전 형식'의 연대는 아니다.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 등 이슈별로 공조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시민사회끼리의 국제적 연대도 한 방법이다. 성명이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하겠다'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독도 문제'를 '영토 분쟁'을 넘는 '과거사 왜곡'의 범주로 간주하겠다고 천명한 점도 눈에 띈다. '영토 분쟁 차원'에서는 가급적 분쟁화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썼지만 '과거사 왜곡'으로 넘어가면 일본이 건드릴 경우 즉각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거창하고 강경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성명엔 독트린의 실효성을 확보할 만한 구체적 수단이 언급돼 있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을 움직일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라고 걱정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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