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루가(鶴雅)여관
매일 아침 조례서 고객 앙케트 결과 거론
일본 4개사 이색 위기 극복기 #문제 해결의 열쇠 ‘고객’에게서 찾아라 … 이미지 개선에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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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루가의 컨트롤실 모습.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관광객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활기를 잃고 있다. 2007년 이곳을 찾은 숙박객 수는 72만8000명으로, 피크 때인 1998년에 비해 26%나 감소했다. 경영악화로 문을 닫는 호텔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와중에 홀로 선전하는 여관이 있다. 233개의 객실을 갖춘 대형 일본식 여관인 쓰루가다. 단체 관광객 감소로 지방 숙박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쓰루가 여관만은 아직도 8할이 넘는 객실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의 차별화에 있다.
기모노를 입은 쓰루가의 종업원들은 단체 관광객들이 여관 로비에 도착하면 “어디서 왔나요” “좋은 날씨네요”라며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저녁에는 외국인 연주가들의 현악기 연주나 아이누 민족음악을 들으며 식사할 수 있다. 지방 여관이면서도 세련된 서비스로 고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쓰루가의 종업원은 파트타이머를 포함해 270명이 넘는다. 객실 하나에 1명 이상꼴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 악화를 걱정할 만하지만 실은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이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30분이면 쓰루가에서 전체 조례가 열린다. 특별한 외부 행사가 없는 한 오니시 마사유키 사장 이하 전 직원이 참석한다. 10년 이상 계속해 온 행사다.
조례에서는 고객들로부터 회수한 앙케트 집계표가 소재가 된다. 로비에서 숙박객들에 대한 응대는 어떠했는가, 객실의 청소상태는 어떠했는가 등 주요항목은 35개. 본관, 별관 등 시설별로 모든 항목을 점수화한다. 앙케트는 객실 내에 배치되어 체크아웃 때 회수하게 된다. 앙케트를 작성한 고객들에겐 작은 선물을 주는 등 회수율을 높이는 궁리를 계속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7월에는 1565장을 회수해 회수율 26.4%를 기록했다. 오니시 사장은 “이 정도 회수율이면 고객들의 생각을 대충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여관은 작품”이라는 신념
회수한 앙케트는 자사가 개발한 시스템에 의해 매일 집계된다. ‘매우 만족한다’가 100점, ‘불만이다’가 0점이다. 회사 측에서는 총점 90점 이상을 합격점으로 보고 있다. 평가 점수가 낮은 부서의 직원들은 요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조례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관 전 부문의 평가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종업원들의 참가의식을 높인다. 1층 프런트 뒤에는 또 하나의 비밀 장소가 있다. ‘컨트롤실’이다. 이곳에는 여관 50개 장소에 설치된 카메라의 영상이 13대의 TV 모니터에 4분할된 화면으로 뜬다. 로비에 갑자기 손님이 넘치면 컨트롤실 담당자는 즉시 다른 부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을 나가게 한다.
컨트롤실 담당자의 책상 위에는 숙박객 리스트와 담당업무별 종업원 리스트가 놓여 있다. 컨트롤실은 말하자면 쓰루가의 사령탑인 셈이다. 쓰루가에서는 컨트롤실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권한을 일원화해 고객 서비스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시계통이 명확하기 때문에 현장 종업원은 담당 업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혼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컨트롤실의 명령에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빠른 판단은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 오니시 사장은 “여관은 작품”이란 게 지론이다. “호텔은 간판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그러나 여관은 그렇지 않다. 일본 문화나 지방의 장점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그것은 여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여관은 사람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런 만큼 앙케트나 컨트롤실 같은 시스템을 중시한다.
2. 하토버스
고객들 생생한 목소리 체크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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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버스에서는 고객 앙케트를 근간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기름 값이 폭등한 2008년 6월에도 이용객 수 6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를 기록해 선전했다. 하토버스는 도쿄도가 주식의 37%를 가지고 있는 반관반민 회사다.
법인수요 감소와 버스사업 자유화의 역풍 속에서도 V자 회복을 한 원인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꾸준한 서비스 개선에 있다. 지난해 8월 도쿄도 오타구에 있는 하토버스 2층 회의실에서는 서비스 우량자 표창이 있었다.
운전기사, 가이드, 전화응대 오퍼레이터 등 19명이 상을 받았다. 표창은 매년 두 차례 있으며, 8월에는 연간 대상을 시상한다. 표창은 고객 앙케트 엽서를 토대로 결정한다. 하토버스에서는 정기관광 때 배포되는 가이드북과 각 버스 전면에 앙케트 엽서를 배치해 놓고 있다. 앙케트 내용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여행, 서비스의 양면에서 자유롭게 기재하면 된다.
이런 심플한 앙케트가 이 회사 서비스 활동의 출발점이다. 자유기재인 만큼 회수율은 결코 높지 않지만 가이드북 표지에 엽서를 붙이는 등 궁리를 하여 연간 약 6000통의 앙케트를 회수한다. 2008년 6월에는 8476건의 칭찬과 3508건의 비판의견이 모였다.
앙케트 근간으로 서비스추진회의 개최
회수한 앙케트는 사장 이하 전 임원이 꼼꼼히 살핀다. 비판에 대해서는 각 담당부서가 현장의 상황이나 대처방법 등을 체크하게 된다. 고객서비스추진본부 임원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즉각 해결한다. 매월 한 차례 ‘엽서 체크회의’도 열린다. 사장과 전무,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의견이나 비판 등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는 자리다. 매월 다루는 안건은 100건이 넘는다.
게다가 분기별로 ‘서비스추진회의’도 열린다.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인 앙케트를 두고 매일, 매월, 분기별로 체크해 정보를 공유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이러한 서비스 활동은 일과성이 아니다. 계기는 1998년 9월, 미야바타 기요지가 도쿄도 교통국장에서 사장으로 오면서부터다. 당시 회사 경영상태는 약 9억6000만 엔의 적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차입금도 약 70억 엔으로 늘어났다. 차입금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미야바타는 하토버스 재생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함께 종업원들 앞에서 “서비스 일본 제일”을 위한 결의를 했다. 미야바타는 사장부터 파트타이머까지 모두 참가하는 ‘서비스 연수’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사원 제안을 하게 했다. 어떤 버스 가이드는 ‘버스 좌석을 좀 더 높일 수 없는가’라는 제안이 있었다. 이를 받아들여 새로 도입하는 버스는 1대당 약 200만 엔을 더 투자해 객석이 좀 더 높은 수퍼사이데커차로 바꾸었다. 운전기사는 버스를 오르내리기 쉽게 하기 위해 출입문 쪽에 발판을 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버스 가이드는 차내에서 서비스하는 녹차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값싼 녹차로 바꾸면서 절약한 돈은 연간 불과 15만 엔에 불과했다. 미야바타는 즉시 녹차의 품질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것을 지시했다. 대신 값싼 녹차는 사장실에서 마셨다. ‘녹차 한 잔에서 시작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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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요시미즈 여관 입구(왼쪽)와깔끔하게 단장된 객실.
미야바타는 고객의 고충에 대해 매일 밤 만년필을 꺼내 자필로 사과엽서를 써 보냈다. 미야바타는 때로는 엄한 태도를 보였다. “사원 한 사람이라도 서비스 부적격자가 생기면 진정한 고객만족을 이룰 수 없다.”
재임 중 6명의 운전기사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고객 서비스추진본부 설립은 2000년이다. ‘오늘도 무사고 하루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승객들 앞에서 ‘안전선언’을 하는 습관도 이때 시작됐다.
10년간 계속된 서비스 개선의 결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관광 도중에 방문하는 레스토랑이나 토산품가게에 대한 고충이 많자 서비스 개선을 거래처까지 확대했다. 고객 고충은 반드시 피드백하도록 했으며, 약 400곳의 거래처가 모인 ‘하토버스공영회’가 고객 평가가 높은 거래처를 표창하는 ‘하토버스 감사대상’도 3년 전부터 시작했다.
“CS만으로는 안 된다. CD를 추구하라”고 미야바타 사장은 말한다. 고객만족이 아니라 고객 딜라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토버스는 첨단 매뉴얼이나 IT기술을 구사해 개혁을 추진한 것이 아니다. 매우 아날로그식이다. 그것이 전원 참가로 이어졌을 때 큰 힘을 발휘했다.
3. ‘긴자요시미즈(銀座吉水)여관
선전·광고 대신 앙케트 건의 수렴해 개성공간 연출
평일인데도 사람이 북적대는 도쿄 최대의 상업지 긴자(銀座). 대로변에서 한발 들어가면 마사지 가게나 라면점이 늘어선 곳 일각에 9층짜리 건물이 있다. 객실 수 11개의 작은 여관 ‘긴자요시미즈(銀座吉水)’다. 선전이나 광고는 일절 하지 않는다. 대신 손님들 앙케트 건의를 적극 반영해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을 연출했다.
2003년 개업 이래 입소문으로 평판이 퍼져 가동률은 거의 90%나 된다. 도쿄로 여행이나 출장 오는 손님뿐만 아니라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만실인 날에도 “종업원이 머무르는 곳도 좋으니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창고로 쓰고 있던 자리에 간이침대를 넣어 즉석에서 객실을 만들었을 정도다. 그토록 열혈 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쾌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형태로 만들었더니 이런 여관이 되었다.”
이 여관을 경영하는 여주인 나카가와 요시미(中川誼美)사장은 말한다. 객실에는 TV도 냉장고도 없다. 넘칠 정도로 풍족한 요리도 나오지 않는다. 넓은 욕실도 없다. 종업원이 손님 물건을 날라주는 서비스도 하지 않는다. 이불을 깔고 접는 일도 손님이 스스로 한다. 일견 셀프 서비스를 하는 민박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정성이 담겨 있다.
우선 여관의 벽은 화학물질이 없는 토담, 객실에 깔린 것은 무농약으로 기른 풀로 만든 다다미다. 이불이나 목욕가운은 무농약 면의 오리지널. 세탁도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모두 이곳에서 표백제를 쓰지 않고 한다. 관내 청소는 청소기나 화학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구석구석 빗자루와 걸레로 한다.
식자재는 모두 주인이 직접 생산지에 달려가 계약된 곳에서 배달해 쓴다. 물론 야채는 무농약이다. 식사 메뉴는 그날 모인 식재료와 고객의 얼굴을 보면서 주방과 상의해 결정한다. 이미지는 1950~60년대의 일본의 삶과 비슷하다.
“물건이 하나 늘어나면 그만큼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삶을 새삼 다시 보면 이렇게 쾌적했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긴자요시미즈를 방문하는 숙박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다. 여주인의 친구 중에 외국인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지금은 미국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구미의 미디어에 주목해야 할 호텔로 몇 번이나 게재된 바 있다. 영국의 가이드 북 ‘월 페이퍼 시티 가이드’ 도쿄판에는 도쿄의 베스트 호텔로서 파크 하이얏 도쿄나 만다린오리엔털도쿄 등 대형 외자계 호텔과 나란히 뽑혔을 정도다.
거기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라고 적혀 있다. 긴자요시미즈를 잘 아는 고객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딘지 쾌적하다. 아무것도 없는데도 깊은 곳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여관이다.”
4.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
카운슬링 판매 기초자료로 활용
“고객이 시세이도를 오랫동안 사랑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고객은 시세이도의 단골이 될 것이다. 시세이도는 창업 이래 그런 생각을 중시해왔다.” 시세이도는 2006년 4월부터 미용부원의 매출 노르마를 폐지했다.
도쿄 도내에 있는 마켓 조사회사에는 매일 시세이도 앞으로 3000통이 넘는 엽서가 도착한다. 모든 미용부원의 접객에 관한 앙케트에 대한 회신이다. 시세이도에는 종래 미용부원의 인사평가 중 매출이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점객수’ ‘재방문율’ ‘고객에 의한 앙케트 점수’ 등으로 바꾸었다. 각 미용부원은 카운슬링을 받은 고객에게 엽서를 건넨다. 고객은 제품 설명 내용 등 5항목을 총 15점 만점으로 채점하고 자유회답도 기입할 수 있다.
엽서 회신율은 현재 약 20%로, 앙케트로서는 높은 응답률이다. 돌아온 앙케트를 토대로 매월, 각 미용부원의 통신표를 작성한다. 앙케트 항목을 그래프화해 잘하는 분야나 약점을 나타냄과 동시에 매월 점수의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화장품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시세이도의 이미지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시세이도의 카운터에 가면 화장품을 사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어떤 고객이 고충을 전한다.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는 시세이도의 이미지는 상품이 아니라 미용부원이라는 회답이 많았다. 이는 경쟁회사에는 없는 특징이었다.
이미지 개선의 시발점
카운슬링에 의한 판매가 시세이도의 강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용부원의 판매 개혁에 나섰다. 과거에도 노르마 철폐가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좌절된 적이 있었다. 마에다 신조 사장은 “설령 매출이 몇 년 떨어지더라도 그 다음 증가로 이어지면 된다”며 개혁을 단행했다.
미용부원의 접객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구매하지 않는 고객은 무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매하든 하지 않든 고객의 말을 듣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용부원의 대우 개선에도 나선다. 현재의 미용부원은 말하자면 일반직이지만 종합직이나 관리직으로의 커리어 플랜을 검토한다.
고객들에게서 “말을 걸기 쉬워졌다”“첫 인상이 바뀌었다”는 소리가 나오는 등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2006년 500만 명까지 떨어졌던 ‘화춘 클럽’ 회원 수는 상승으로 돌아섰다. 2008년 3월의 국내 화장품 카운슬링 판매는 전년 대비 1.2% 감소로 여전히 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리피터율은 올라가는 등 일정한 효과가 나오고 있다.
김국진 기자·obitku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