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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마리아주 [1] -프렌치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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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이탈리아호주미국 등 와인 원산지별로 최고의 풍미를 자랑하는 음식이 있다. 서양의 대표 술인 와인은 서양 요리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만 한식이나 일식 등 동양 음식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와인의 깊은 맛을 한층 더해주는 마리아주 이야기. 4회에 걸쳐 연재한다.

2003년 여름, 와인 매니어들의 꿈의 장소인 로마네 콩티(Romanee-Conti)를 방문한 적이 있다. 철문에 ‘RC’라는 간단한 이니셜만 있을 뿐 와인의 황제 ‘로마네 콩티’ 가 생산되는 곳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양조장이었다. 로마네 콩티의 공동 소유자 겸 관리자인 오베르 빌렌 또한 점퍼 차림의 평범한 시골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념에 찬눈빛과 와인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탁월한 영어 실력까지 갖춘 그와함께 2003년 산 와인 여섯 종류를 함께 시음했고 와인에 대한 정보도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와인과 음식의 궁합 즉 ‘마리아주’가 화제에 올랐다.

로마네 콩티와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마리아주 이야기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탈레방’에서 특별 메뉴를 선보였는데, 와인 종류별로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를 구성해 제안한 것이다. 이때 소개된 메뉴들은 지금까지도 와인 최고의 마리아주로 회자되곤 한다.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와 ‘샤토 디켐’, 비둘기 요리와 ‘리쉬부르그’, 안심 스테이크와 그랑 에쉐죠, 송로 버섯과 로마네 콩티 1959년산, 치즈와 라 따쉐로 이루어진 이 특별한 마리아주는 세계 미식가들의 꿈의 메뉴였다고 한다.

푸아그라는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로, 보르도 소테른 지역의 달콤한 와인과 같이 먹는다. 이 중 샤토 디켐은 환상의 궁합이다. 기름진 푸아그라 맛이 농익은 달콤한 샤토 디켐과 입안에서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비둘기 요리는 가슴살 부위를 살짝 구워서 나오는데 닭가슴살 보다 훨씬 연하고 감칠맛이난다. 은은한 핑크 빛을 띠는 비둘기 요리는 짙은 루비 빛의 와인 ‘리쉬부르그’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메인 디시로는 최고의 요리와 와인의 만남인 송로버섯과 로마네콩티의 궁합이 압권이다. 송로버섯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섯류로, 떡갈나무 숲 속에 묻혀있는 버섯을 훈련된 개가 찾아내는 특별한 채취과정을 거친다. 향이 강하고 씹는 맛이 대단히 훌륭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송로버섯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은 오직 로마네 콩티 밖에 없을 것이다. 체리와 버섯 향기를 품고 빛나는 루비 색상, 실크와 같은 부드러움을 지닌 황홀한 와인이 바로 로마네 콩티다.

부르고뉴의 약간 강한 향이 나는 치즈에 어울리는 와인 라 따쉐는 음식과의 궁합도 맞추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끝까지 지키는 훌륭한 와인이다. 라 따쉐는 로마네 콩티에 이어 두번째로 비싼 와인으로, 짙은 루비 빛깔에 참나무·딸기·열매 향이 나며 실크처럼 입안을 부드럽게 감겨오는 무게감이 훌륭하다. 필자 일행도 빌렌 사장이 소개해준 로마네 콩티 인근의깨끗하고 아담한 레스토랑 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라 따쉐에 부르고뉴 전통 음식을 곁들여멋진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는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에 위치하여 농수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굴은 프랑스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 중 하나로, 모든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지만 부르고뉴 지방의 샤블리와 함께 할 때 가장 좋은 궁합을 이룬다. 프랑스 음식이나 와인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치즈’. 특히 식사 후 가볍게 와인을 즐길 때는 치즈만한 음식이 없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포만감도 없으며 와인의 타닌을 부드럽게 해 줌으로 와인 맛을 훨씬 좋게 해 준다.
프랑스에는 수천종의 치즈가 있는데, 까망베르, 브리 등이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으며 향이 강한 블루치즈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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