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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_“비운 만큼 채울 수 있다…욕심 버리고 함께 가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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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04면

1 무슨 일이 벌어질까
화두는 역시 경제였다. 총 38명이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증권계 인사나 기업인은 우선 올해를 “창(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극심한 실물경기 침체)과 방패(각국의 금리 인하 등 통화량 확대 정책)가 힘겨루기를 하는 격전의 한 해가 될 것”(강방천)으로 내다봤다. 답변 속에 혼돈·격변·폭풍우·변동성 등의 단어가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내적으로는 기업의 줄도산(신현우)과 실업문제(안철수), 대외적으로는 경쟁적인 자국산업 보호 조치에 따른 통상여건 악화(김종훈)를 예상했다.

2008 중앙SUNDAY의 인물 60명, 2009년을 말하다

하지만 이런 경제상황이 오히려 투자나 기업체질 개선 등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김종석·이돈태), 미국의 변화를 통해 21세기 세계체제가 새로운 방향을 잡을지도 모른다(김기협). 나아가 “환경·안전의 이슈와 함께 녹색경영의 물결이 고조될 것”(손욱), “모든 위기상황은 하반기부터 안정돼 갈 것”(김광로), “대한민국이 미래 경제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닦는 해가 될 것”(박인구), “이 나라 백성의 놀라운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될 사건이 벌어질 것”(윤광준) 등 매우 낙관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다.

스포츠 스타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처럼 스포츠가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프로골프의 신지애 선수는 미국 LPGA 투어에서, 프로야구의 김성근·김인식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격투기의 김동현 선수는 UFC에서, 프로축구의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와 기성용 선수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 예선에서의 좋은 성적이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 분야와 관련해선 희망 섞인 예측이 더 많았다. 2009년엔 수소연료전지 차량이나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차량이 더 인기를 끌게 되고(황명구), 노인을 심심치 않게 해 주거나 어린이의 교육을 도와주는 로봇 등 상업적 로봇이 본격 출현할 것이다(김문상). 또 한옥을 공공건물·특급호텔은 물론 아파트 등에도 응용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펼쳐지고(신영훈), 장기기증과 이식이 활성화될 것(서경석)으로 전망된다.

“부지명일 언지명년(不知明日 焉知明年·내일 일도 모르는데 내년 일을 어찌 알리오)”(유종필)이라며 불확실성을 강조한 답도 있었다.

2 소망은 무엇인가
14명의 응답자가 “전대미문의 이 경제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길”(이회창) 바랐다. 여기엔 정치적 안정(김선한)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들도 스스로 이 점을 공감하고 있었다. 설문에 응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싸우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 바뀌었으면”(김성식), “정부와 여야 모두 지혜를 모아 국민께 행복과 안정을 되찾아 드렸으면”(김유정), “해머와 ‘빠루’가 사라진 국회, 지시하는 권력이 아니라 설득하는 권력, 소통하는 리더십, 패자를 배려하는 승자, 절제하는 노사가 그려 내는 진정한 민주주의”(이혜훈), “국회 안팎의 정치문화가 좀 더 성숙돼 대화와 선거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조윤선), “국가적 리더십이 국민만큼만 쫓아오고, 이명박 정부나 야당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국민께 봉사하는 정치인으로 돌아와 주길”(차영) 소망했다.

“마음의 평화, 영혼의 평화”(박선숙)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지배와 경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관계가 되기”(강기갑)를 바라는 의견도 있다.
건강도 위기 극복의 필수 항목으로 꼽혔다.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려면 가깝게는 우리 가족, 더 나아가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했으면 한다”(김용태) 등 6명(중복 응답)이 자신과 주변 사람의 건강을 기원했다.

대안적 삶의 태도를 꿈꾸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최경주 선수의 말처럼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 많이 비워 둔 사람에게 그만큼 많이 채울 기회가 생긴다”(김갑유), “욕심을 버리자. 내가 어렵더라도 불우이웃 등 남과 나눌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으면”(최연석), “모든 분야에서 룰(rule)을 확립해 오순도순 협의해 현실생활에 만족하고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황주명).

어려울수록 웃음은 가장 좋은 묘약이다. “더 많이 자주 웃을 수 있기를, 또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문덕영·김미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서로 어깨 걸고 춤추는 일이 일어났으면”(조재현),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내 개그로 다 지워 드리고 싶다”(김영준)는 이들이 그래서 고맙다.
이 밖에 마라톤 대회 완주(이돈태)나 터키나 페루 여행(김은지)처럼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한 응답자와,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자녀가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도하는 부모(이광재·송지현)도 있었다.

3 걱정은 무엇인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송재성·신지애)고 모두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업과 빈곤층 증가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서부터 그로 인해 “정부 및 기업의 연구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이병천·이상묵), “안전투자 소홀에 따른 대형 사고 우려가 현저하게 커질 것”(윤명오), “우리 농장의 계란을 먹는 회원들의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면 우리 집 사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김연창) 하는 걱정이 이어졌다. “지금도 돈이 없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김남수)며 안타까워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나아가 이런 경제상황이 야기할 사회적 불안과 갈등·분쟁의 사회적 비용도 염려된다(김동수). 세계적 경제불황이 북한 내부 및 우리 정부의 대북관계에도 미칠 나쁜 영향은 우리가 품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커다란 걱정거리다(김숙·현인애).

이렇게 생각해 보자. “고통도 기꺼이 받아들이면 견딜 만하다. 외부의 강압이 거셀수록 반발의 에너지는 더 커져 해법을 찾게 된다. 희망은 가장 단순하면서 강력한 무기다”(윤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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