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속기 건설하면 세계적 두뇌들 몰려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민동필 위원장이 "가속기는 세계적인 두뇌들의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민동필 기초기술이사회 이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처음 만났다. 당시 서울대에 재직 중이던 민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가속기가 있는 과학예술 도시 건설의 꿈을 팔겠다’는 제안을 한 게 계기가 됐다. 그 꿈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이 대통령 후보의 3대 공약이 됐다. 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이 올해 본격화되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도 추진 여부마저 오락가락할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민 이사장을 만나 추진 과정의 우여곡절과 앞으로의 기대를 들어봤다. 그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총괄자문위원장이기도 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인데도 한동안 사업 추진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내 아이디어는 지놈 지도로 치면 ‘DNA’ 정도다. 추진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때는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내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끌고 가는 것은 과학계의 몫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계에 준 ‘선물’이기도 하지 않는가.”

-한때 추진 여부도 불투명할 정도였다고 들었다.

“국제비즈니스벨트와 그 속에 들어가는 가속기가 어떤 것이고, 파급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정부 핵심 인사와 과학계에 그런 것에 대해 설득하고, 인식시켰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많지 않았다. 자연히 반대 의견의 목소리가 더 많이 청와대에 전달됐고, 추진에도 부담이 됐던 것 같다. 더구나 지난해 초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 않느냐. 아마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신경 쓸 여유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충분히 그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돌아가든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추진될 것으로 생각했다.”

-당초 제안한 아이디어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용이 많이 바뀌었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획단을 만들어 내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해 보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큰 그림은 내가 기획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부 역할을 할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 한국의 최대 연구시설이 될 ‘가속기’ 등의 아이디어가 다 그대로 살아 있었다.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이 중요한데 그곳에서 기초과학의 융합 연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가속기는 세계적인 두뇌들의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좋은 연구시설, 질 좋은 학생이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만들 것이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가속기를 굳이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세계적인 두뇌들이 와서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 시설이 있어야 한다. 가속기는 그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기초연구에 이런 거액을 투자한 적이 없다. 이런 시설은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한다. 포스코(옛 포항제철)를 건설할 때도 반대가 많았으나 정부가 신념을 갖고 밀어붙였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과 가속기 건설을 놓고 설문조사를 서너 차례 했다. 설문조사는 단지 참고자료일 뿐이어야지 그걸 근거로 추진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초과학에서 나온다.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도 대부분 기초과학보다는 기술 개발이다. 즉, 외국에서 하는 연구를 쫓아가거나 모방하는 것이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돼서는 한국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어느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겠는가. 이제 국제 과학계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을 만들기 위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건설되어야 한다.”

-새해 희망은.

“과학계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제까지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경쟁을 하다 보니 경쟁의식이 치열해진 반면 공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졌다. 남이 하고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게 과학계에 대한 불신으로 비춰졌다. 이제 과학계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가속기=가속기는 물질의 원자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현미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세균이나 원자까지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자 속의 핵과 양성자·중성자·쿼크와 같은 입자는 가속기 없이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가속기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구분한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원소의 이온을 사용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Q&A
기초과학 연구단지 … 가속기 건설에 5000억 들어

-그 실체가 뭔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단지로, 기초연구 전문 연구소와 연구 시설로 거대한 가속기가 들어선다. 입지는 충청지역이 유력하나 다른 지방에서도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어떤 가속기가 건설되나.

“가속기 종류는 양성자가속기, 방사광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세 종류가 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중 우리나라에는 없는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가속기 건설에만 약 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속기는 누가 이용하나.

“물리학자와 재료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이용한다. 순수과학자와 응용과학자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의 규모와 역할은.

“300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하며, 본부에 약 절반이 근무하고 나머지는 대학·연구소에 분산한다. 연구는 여러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하며, 팀의 역할이 끝나면 해체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추진 일정은.

“종합 계획을 올해 초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대통령)에서 확정하고, 관련 특별법을 올 상반기에 만든다. 올 상반기 중 입지에 대한 지질조사와 개념 설계를 한 뒤 약 7년에 걸쳐 건설한다.”

[J-HOT]

▶ 日교수 "일본인이지만 한국서 사는 게 자랑스럽다"

▶ '넘버2 마케팅'…작년 연예계 최고 승자는

▶ 30년 전문가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 42살 강수진, 2세없이 터키인 남편과 사는 이야기

▶ 4부자가 동·서·남해 든든하게 지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