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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감독등 영화 깜짝출연 관객에 눈요깃감 '카메오'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카메오(Cameo).영화나 방송극에서 직업 연기자가 아닌 유명인사가 잠시 얼굴을 비추거나 배우가 ‘빛깔과 향기에 걸맞지 않은’단역을 잠시 맡는 것,또는 그 역할을 말한다.

감독의 자기 작품 카메오 출연은 이미 흔한 일이다.장선우감독의 ‘꽃잎’에서는 장감독과 촬영감독이 나란히 버스승객으로 변신했고,김의석감독의 ‘홀리데이 인 서울’에서는 신문을 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보이는 택시승객이 김감독 본인이어서 아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김상진감독은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앵커맨으로 나와 “직업을 바꿔라”는 농담을 들었다.이민용감독은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택시를 부수는 남자로 등장,스스로의 강한 인상을 십분 활용했다.

자기복제 카메오도 있다.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는 가수 박미경이 콘서트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최근 첫회가 방영된 ‘모델’에서도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그의 모델들이 자기 자신을 연기(?)했다.

얼마전 개봉한 이진석감독의 ‘체인지’는 그야말로 ‘카메오의 한마당’.변우민은 약사로,박중훈은 전기수리공 ‘일렉트릭 박’으로,조형기는 엉터리 발음의 영어선생님으로,오지명은 교장선생님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그밖에도 전철승객 김혜수,카페 남자마담 이정섭,단골 카메오인 김민종·권해효등이 줄이어 나타났다. 이 영화의 광고전단은 ‘스타를 찾아라’는 제목으로 13명이나 되는 카메오의 사진과 배역을 나열해 흥행과 카메오의 물밑 상관관계를 내비쳤다.

연기없이 사진만 나온 카메오도 있다.임종재감독의 ‘그들만의 세상’에서 제작자인 유인택·이춘연과 대우시네마의 조남신 본부장이 선거벽보에 얼굴로만 등장, 출연료를 아꼈다.

카메오 출연은 가끔 훈훈한 미담을 수반하기도 한다.노장 유현목감독이 95년 만든 ‘말미잘’에는 채시라·한석규등 유감독이 동국대에서 가르쳤던 제자스타들이 대거 카메오로 자진 참여.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리포터를 맡고있는 모델 홍진경은 녹화차 촬영장에 갔다가 카메오가 됐다.개봉예정인 박철수감독의 ‘산부인과’에서 임산부로,김본감독의 ‘베이비 세일’에서는 전도사로 얼굴을 내밀었다.

카메오는 스타의 그 얼굴이 그 얼굴인 현실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잠시 쉴 틈’과 깨소금같은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그래서 근래 한국영화에서 카메오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일게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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