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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민족 긍지 심어주는 교과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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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 수준은 많이 다르다. 얼마 전 신문에 난 앙케트 조사를 보니까 존경하는 인물 순서가 부모님, 세종대왕, 신사임당, 반기문, 손석희, 테레사 등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의 일단을 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똑같은 질문에 일본인들은 어떻게 답할까? 1위 도쿠가와 이예야스, 2위 도요토미 히데요시, 3워 사카모토 료마 등 10위까지 전부 일본의 역사적 인물이다.

무엇이 한·일 양국 젊은이들의 의식 수준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단연 그 나라 역사교육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의 역사교육은 어떻게 다를까? 한마디로 일본의 역사교육은 내일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만 가르치고, 한국은 있는 사실 모두를 가르쳐야 한다는 차이가 아닐까?

예를 들어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서울로 올라와 장사해 큰돈을 벌고 사업이 번창해 훗날 학교도 세우고 고아원 등도 돕는 인물이 되었다고 하자. 이를 일본이라면 “너희 아버지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다” 라고 가르치지만, 한국이라면 여기에 하나 더해서 “그런데 너희 아버지가 젊었을 때 돈이 잘 벌리니 여기저기 첩을 여럿 두고 애까지 낳아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미워진다”고 여기까지 가르친다.

실제로 조선시대 세조는 바른 치세로 나라의 기강을 잡고 국가를 튼튼하게 한 조선 3대 명군의 한 분이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이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조카 단종을 유배시켜 죽인 잔인한 왕이라고만 기억한다.

반대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개 서민에서 출발해 장군이 되고, 주군 오다 노부나가가 불의에 죽임을 당하자 그 원수를 갚고, 나아가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까지 출병한 위대한 인물로 치켜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만일 한국사에 등장한다면 반드시 이렇게 추가할 것이다.

“일본은 충(忠)을 중시하는 나라로 주군이 죽었으면 반드시 그 아들을 후사로 삼아 충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군의 어린 아들을 폐위시키고 주군이 가장 사랑하던 여동생까지 강제로 이혼시켜 첩으로 만든 불충의 표본이다.”

요즘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일부 수정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몇 군데 문구를 고쳤느니 안 고쳤느니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 흐름이다.

‘걸래는 아무리 빨아도 행주로 쓸 수 없다’는 속담처럼 국가의 기본 방향에 배치되는 교과서는 바람직한 미래 주인공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인들은 역사를 배우면 일본에 대한 강한 긍지를 느낀다고 하는데, 우리는 민족에 대한 긍지는커녕 패배의식을 갖는다면 그런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제 우리는 작은 시야에서 역사를 볼 게 아니라 매의 눈을 가지고 세계를 직시하는 웅대한 꿈을 갖도록 만드는 그런 역사 교과서가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을 한번 웅장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인물로 키우는 제대로 된 ‘민족교육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남교 경일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