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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영빈관 만찬서 '님을 위한 행진곡' 열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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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정봉주(44) 의원이 지난 29일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뒤 '서프라이즈' 사이트에 감상기를 올렸다. 17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민주당 함승희 의원을 꺾고 당선된 정의원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0년대에 민통련.전민련 등 재야 단체에서 활동했다. 다음은 감상기 전문.

▶ 정봉주 의원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이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시위 현장도 아니요 파업 현장도 아닌 청와대 영빈관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은 청와대 뜨락을 넘어 한반도 전체에 울려 퍼져 나가고 있었다.

비장한 목소리로 불끈 쥔 주먹을 힘차게 휘저으며 목청 높여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번 총선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3인의 젊은 당선자들이었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을...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세력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리고 반정부 과격 분자로 몰려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던 그 시절의 그 노래가, 이제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한 복판인 청와대 영빈관에서 울려 퍼지게 될 줄은....

이렇듯 민주화 운동 세력, 개혁 세력, 평화세력은 역사의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음을 확인시켜 준 자리는 바로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해준 환영 만찬회장이었다.

노원(갑)에서 당선된 필자를 포함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이 국회개원을 앞 둔 제 2차 워크숍을 마치고 청와대 영빈관에 도착한 것은 6시가 거의 임박한 시간. 당 중앙위원들은 포함해 모두 180여명은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나누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이 때 대통령 내외분이 입장했다. 당선자들의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받으면서 대통령 내외분은 전 테이블을 돌면서 악수를 청했는데 당선자가 워낙 많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환영만찬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6시 30분.

김부겸 당의장 비서실장의 사회로 만찬은 시작되면서 첫 번째 순서로 대통령의 환영 인사말이 시작되었다.

다소 상기된 듯한 표정이었지만 대단히 흡족한 듯이 미소를 지우면서 말문을 열었다.

"제가 메모 없이 말을 잘 하는데 오늘은 메모를 했습니다. 존경하는 열린우리당 지도자, 당선자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당선되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말씀을 드리고 또 당선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에 대해서도 위로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기회는 온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는 당선자로 앉아 계신 분들 중에도 정말 언제 이렇게 당선될 줄을 정확하게 예측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겁니다. 성의를 가지고 성심껏 열심히 하면 항상 기회는 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기쁜 날이다. 너무 좋네요."라고 말하면서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웃듯이 온 몸을 틀면서 웃으며 기뻐했다.

"한편으로 보면 시대흐름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구나, 그리고 말로만 국민이 주인이라고 했는데 진짜 국민이 주인 맞구나, 국민이 무섭다 것을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총리 지명에 관한 문제에 원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서비스 하는 뜻에서 순서가 좀 틀리기는 하지만 그 문제에 관해 제 입장을 먼저 밝히겠습니다."

순간 만찬회장은 긴장감이 돌았다. 총리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언론에서 마치 당이 대단히 반대하고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가 있기 때문에 지도부는 물론 의원 개개인 모두 민감한 문제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회피한다거나 우회하면서 피해갈 노대통령이 아니었다.

여전히 정면 돌파하는 것이 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장면이었다.

"총리 지명에 관한 문제가 여러 사람들의 관심사이고 미디어의 초점이 돼 있습니다. 왜 이런 얘기가 일찍 나왔는가, 그것은 입각 문제와 더불어 하나씩 가닥이 잡혀야 당직과 의회직 등에 교통정리가 용이하지 않을까 해서 사전에 당 지도부와 협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입각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분들이 대게 알고 계신대로 그렇게 방향을 잡았고, 총리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적극 검토해 보자는 논의의 수준에 있었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수면 위로 부상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논란 중에서도 이것이 6.5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때문에 논란이 더 뜨거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제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리면 총리 지명은 아직 누구로 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고, 그리고 6.5 재보선을 치르고 난 다음에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확정하고 난 다음에 국회에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명을 결정할 때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결정하겠습니다. 어느 방향으로도 지금 확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아마 저와 여러분의 공감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렇게 입장을 밝혀드리고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몇 가지 입장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상생이라는 말이 공격적인 시비나 발목잡기의 도구로 함부로 남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상생이라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양보하는 것이죠. 상호간에 서로 협의하고 협력해가는 것이 상생이지 자기가 기분 나쁘다고 발목잡고 시비 거는 것이 상생이 아니지 않습니까. 상생이 되려면 비판과 반대를 정책으로 해야 합니다. 정정당당한 논리를 가지고 서로 토론하고 논쟁하고 정정당당하게 국정에 대해 심판도 받고 그러면서 타협해 나가는 가운데 의견의 합치를 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상생이 되는 것이지 무조건 나를 따르라, 감정적 문제를, 특히 감정적 시비를 가지고 자기주장만 밀어붙이면 그것은 해결책 없는 시비거리가 될 뿐이죠. 그렇게 해서는 상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서로 정책으로 대화로 풀면서 다른 의견을 좁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혁규 당선자가 거명된 것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화법을 쓰면서 정면으로 다루었다.

"왜 김혁규 당선자가 총리로 거론됐나 하면 열린우리당의 목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전국의 인재를 골고루 중용해야 하고 그리고 전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전 지역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아 전국정당이 되고, 그를 통해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대의인거죠. 그것을 위해 국회직, 정부 요직들에 전국의 여러 지역 사람들이 참여해 인재를 고르게 안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반대를 하는데, 상생한다더니 왜 우리가 기분 나빠하는 사람을 지명해 일을 하려 하느냐, 이것은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거죠. 능력, 덕성, 그밖에 이유가 합당한 것으로 반대를 해야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상생을 이렇게 왜곡하고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높은 지지가 있는 지역의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지역의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생각합니다. 영남이 한나라당의 영원한 안방은 아니지 않느냐. 이래서는 나라의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 감정을 볼모로 한 지역주의 정치를 오래해서는 국가분열이고, 이런 정치는 더 이상 안 됩니다. 국가를 분열시키는 낡은 기득권 정치행태죠. 지역적 기득권을 주장하는 이런 정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배신자라 하는데, 배신자냐 아니냐는 역사와 국민의 관점에서 평가해야지 작은 이해집단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90년 3당 합당을 여러분은 다들 기억할 것입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국회에 진출했던 사람들이 쿠테타 세력과 손잡은 반역사적 배신 아닙니까. 지역분열을 고착시키고 지역대결로서 항구적인 집권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배신행위인 거죠. 저는 동참 안했는데 거꾸로 저를 무조건 배신자로 몰았습니다. 지금도 영남에 가면, 제 고향에 가도 아직도 저를 배신자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배신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정치에 있어서 배신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이 기준이지 폐쇄적 이해관계에 기초하거나 이익집단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역사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지역구도, 이것은 구조적 분열구도고 이 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책무인 것입니다.

김혁규 당선자는 열린우리당이 여론 지지 3등에 있을 때, 아주 어려운 때 결단을 내려 입당했습니다. 대의로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죠. 배신자는 대의를 쫓지 않습니다. 절대로 손해 보는 어려운 결단을 안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김혁규 당선자에 대해 배신자 운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말로 환영사를 끝맺었다.

"저는 항상 주장해왔습니다. 이 자리의 많은 분들, 많은 당원 동지들이 과거에 민주대연합을 주장해왔습니다. 90년 3당 합당이 되면서 민주전선이 붕괴됐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복원하자고 해왔습니다. 지금은 가능성이 없어졌지만 옳은 얘기입니다. 90년 3당 합당은 정상적 정치구도를 파괴했기에 이것은 언젠가 할 수만 있다면 복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적어도 한나라당 민주계가 과거의 과오를 씻고 우리 정치를 정상적인 상태로 복원하는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배신자라 하고, 공직에 임용하는 것을 사전에 흔드는 것은 떳떳한 것은 아닙니다.

어떻든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하면서 6월 5일이 지나고 난 후 당 지도부, 선배들과 협의해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신기남 당의장이 인사말을 하면서 이 모든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해 온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하였고 이어서 당당하게 승리한 우리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하면서 좌중의 분위기는 기분 좋게 한껏 고무되어 갔다.

재미있는 상황은 이어서 인사말의 순서가 된 천정배 원내 대표의 차례에서 발생. 천대표는 자기의 인사말이 신의장과 너무 일치돼 죄송한데 그래도 그냥 하겠다고 하고는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하고는 우리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자고 하자 만찬회장은 박장대소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아주 자연스런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어서 정동영 前 의장은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국민께 감사하자는 말씀을 전했다.

다음 순서인 김근태 대표가 일어서자 최근 대중적 이미지가 많이 좋아지고 있음을 반영해서 인지 여기저기서 김근태 의원의 주특기인 '파이팅'을 외치라는 주문이 쏟아졌고 김의원은 '대통령 파이팅, 열린우리당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으로 화답했다.

만찬이 이어지면서 김부겸 의원의 진행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김희선 언니(?)를 필두로 여성 의원들이 합창단을 만들었다고 분위기를 즉흥적으로 돋우면서 26명의 여성 당선자 및 중앙위원들이 나와 '만남'을 열창했다. 권양숙 여사가 가운데에 함께 참여해 마이크를 잡고 한 소절 거들었으며 여장부인 김희선 당선자는 열정적으로 지휘를 했고 우리 시대의 춤꾼인 강혜숙의원은 참지 못하고 뛰쳐 나와 가벼운(?)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잠시 식사가 이어지면서 재야시절에 이미 정평이 나 있던 최고의 카수인 전북의 이광철의원의 코믹 심청선, 여러분, 마누라송으로 이어지는 3곡을 열창하면서 스타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날 무렵에 김부겸 의원이 만 42세 미만의 당선자와 중앙의원들은 나오라고 하면서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연출됐다. 우연하게도 33명에 달하는 청년 세력들은 시대를 주도한 장부들답게 이 시대의 모든 정신을 모아 힘차게 부르기 시작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끈 쥔 두 주먹을 힘차게 휘두르며...

여기가 어디이던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이 장악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바로 그 반역사적 무리들의 심장부가 아니었던가?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던 자들도, 낙선의 쓰라림을 억누르며 참석했던 자들도 지금 이 순간은 모든 것을 잊었다.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조국 통일을 위해,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경제 회생을 위해,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개혁 국회, 민주 국회를 이룩하겠다는 다짐과 각오만 있을 뿐이었다.

노래 가사 그대로 온갖 고문과 탄압 속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먼저 간 민주 열사들이 정말 저 앞에서 힘차게 나아가라고 우리를 손짓하며 부르고 있는 듯 했다.

포도주에 다소 취기가 올라 보이는 대통령도 울고 있었고 모든 당선자도 울고 있었다. 아니 이 나라 앞날에 서광을 비추게 해 준 국민들을 생각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하며 가슴 속 깊이 모두 밝게 웃는 듯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이제 이 땅의 심장부에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있음을 선언한 아, 오늘 5월 29일!

17대 개혁 국회가 시작되기 바로 4시간 전, 이렇게 역사는 우리 앞에서 분명한 획을 그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끌어 나가고 있었다.

한껏 고무된 노 대통령은 '허공'으로 답가를 하고 구수한 명창의 노래에 앵콜이 이어졌다. 앵콜곡은 언제나 가고 싶어 하는, 하지만 한 때는 자신조차도 배신자로 몰았던, 그렇지만 그래도 영원히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부산갈매기'로 이어졌다.

마음의 고향, 생명의 고향, 전국정당을 꿈꾸던 그 고향, '부산 갈매기'는 구슬프게 이어졌다.

모든 즐거운 이벤트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의 마지막 맺음 인사는 말 하나 하나가 정치를 막 시작하는 초선의원들에게는 생명수와도 같은 그런 덕담이었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당선된 분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당선될 자격이 있습니다다. 미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열린우리당이 창당에 나섰을 때, 그때는 결코 당선에 유리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그것을 뚫고 분열의 역사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창당을 했던 것입니다. 충분히 보상받을 일이며, 또 가치 있는 승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한 번 해봅시다.

여러분은 행복한 정치인입니다. 그 이유는 공천을 받으려고 줄을 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천에 신경을 안 쓰고 당선되었고, 또 지금도 줄서지 않아도 되는 것을 축하합니다. 그것이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역사적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 13대 선거 당시에 허삼수 씨랑 맞붙어 당선됐습니다. 당시 부산지역 당선자 모임에서 선배 정치인들한테 '허삼수 씨가 강자인데 피했다'고 하면서 야유를 보냈던 일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 같고 두고 두고 후회를 합니다.

할 말은 천천히 해도 됩니다. 1년 뒤에 삭여도 뼈는 남아있으니깐 말은 그때 가서 해도 됩니다. 그리고 어쨌든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죠. 할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재치, 술수, 조급증, 이런 것들만 잘 극복하면 중간 정도는 될 것이다. 나아가서 정직하고 용기있게 솔직할 수 있다면 지도자의 꿈을 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것 이상 더 훌륭한 전략은 없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존중하십시오. 명분을 택하든 실리를 택하는 하나는 택하고 잘 모르겠으면 그냥 손해나는 쪽을 선택하십시요.

그리고 대의를 쫓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대의가 뭡니까?. 대의는 당명에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나'보다는 '우리', '우리' 중에서도 '작은 우리'보다 '큰 우리' 그리고 '닫힌 우리'가 아니라 '열린 우리'인데 바로 이것이 대의명분입니다.

그동안에는 억압과 배제의 정치가 있어 왔기 때문에 용기있게 몸을 던지면서 저항하는 정치가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안과 창조의 정치, 그리고 생산성의 정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입니다. 토니 블레어는 저항하지 않았으나 의정활동이 탁월했고, 당의 개혁을 위해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투쟁적 용기보다는 역량이 평가받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바른 말과 쓴 소리는 꼭 필요하죠. 그러나 그것의 대부분이 보수정치 시대, 언로가 막혀 있던 당 구조,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당과 정부에는 독재자가 없습니다. 비판적 이야기는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내부에서 먼저 이야기하십시오.

때로 의견이 다르면 따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는 무엇이 우리가 함께 하는 근거이고, 또 따로 해야 되는 근거는 무엇인지, 이런 것을 잘 따져서 손해를 보더라도 관철해야 할 원칙이라면 또 그렇게 결단을 해야 할 때면 충분한 이유와 그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항상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묻고 토론하다 보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며 또 훌륭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석수가 152석이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네요. 더 확실한 승리를 했다면 어쩌면 또 그 것을 까먹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여러분 모두가 주의 깊게, 아주 사려 깊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것으로 만찬은 끝났다.

누가 이야기 하듯이 이제 더 이상의 준비도 없다. 오직 실전만이 시작될 뿐이다.

나아갈 길은 오직 하나다. 국민과 민족과 국가만 보고 전진해야 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마음에 담고 17대 국회를 살아가야 한다. 그 옛날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연세대 이한열 열사의 죽음 앞에서 '한열아!'라고 외치면서 목놓아 울부짓던 문익환 목사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 땅의 민주열사들, 선배들이 죽음으로 열어놓은 길이다.

인혁당, 남민전 사건으로 억울하게 숨져간 선배 열사들, 광주의 영령들, 이한열 열사, 병곤이형, 범영이형, 문익환 목사님, 그리고 고문과 탄압 속에 스러져간 셀 수 없는 수많은 민주 영령들...

이 분들이 우리를 부른다. 이제 남겨진 몫은 우리 차례다.

"앞서서 나가신 분들이여, 살아 남은 우리들은 이제 당당하게 당신들이 열어 놓은 길, 민주, 평화, 통일의 길을 걸어 가렵니다!"

국민 여러분! 17대 개혁국회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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