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꽁꽁 … “경기부양” 쏟아지는 달러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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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를 구제한 이들이다. 이후 한동안 대규모 무역 흑자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존재는 망각의 늪으로 빠져든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또다시 우리 앞에 닥친 경제 위기를 보자 수출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세계적 금융 위기 앞에서 원화 가치가 낙엽처럼 떨어질 때 온 국민은 다시 수출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 우리 경제를 구할 것은 수출”이라고 공언했다. 국민들은 제2의 수출 기적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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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수출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기세 좋게 달리던 수출은 10월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올 4분기 들어 한 자리 수로 뚝 떨어졌다. 10월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8.5%를 기록했고, 11월에는 이보다 더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수출 증가율이 3.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의 올 4분기까지 포함한 올해 예상 수출 증가율이 18.5%인 것에 비해서는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의 최대 공신이었던 조선업의 위상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상반기만 해도 몇 년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자신만만해하던 조선업은 올 4분기 들어 달랑 5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세계 3위인 대우조선해양이 4분기 이후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가 “시장이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할 정도다. 

반도체와 자동차도 수출 환경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반도체는 수출 품목 1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5위로 밀렸고, 지난해 2위였던 자동차는 4위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현대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뚝 떨어졌다. 그나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중국과 인도 시장 등 개발도상국 시장도 하반기 들어 상황이 어려워졌다. 기댈 언덕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4분기 들어 수출이 급랭하고 있지만 올 들어 3분기까지는 그래도 활력이 넘쳤다. 의미 있는 결과도 많았다. 올 들어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 속에서 우리의 수출 역군이 거둔 결실이 크기 때문이다. 비록 내년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렵다고는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전무하지는 않을 듯싶다.

중동 오일 달러가 돌파구 될 듯

 

올해 우리의 수출을 뒤돌아보자.

연말이면 우리의 수출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올 연말 수출이 4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프 참조>

우리나라가 수출 1억 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1964년이었다. 이후 44년 만에 수출은 무려 4400배로 늘어났다. 수출금액을 기준으로 한 국가 순위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위에서 한 계단 뛰어오른 10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규모 10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13년. 세계 10대 수출 대국이 17.2년 걸린 데 비해 4년 이상 짧은 것이다.

수출의 질적인 변화도 있었다. 만성적인 선진국 편중 현상이 상당 부분 완화된 것이다. 87년만 해도 선진국 수출 비중이 개도국의 4배에 달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개도국 비중이 선진국을 초과한 이후 비중은 확대 추세다. 지난해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66.1%였고 올해는 70%에 이를 전망이다.

브라질·러시아·중국·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 4개국의 경제 성장이 우리 수출 시장 다변화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다. 개도국 비중이 이렇게 늘어난 점은 내년 우리 수출에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을 주는 부분이다. 세계 경제가 모두 나쁘겠지만 그나마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 시장이 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도국 시장 기대 요인과 함께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의 신승관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재정을 대거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 국가가 제시한 재정 투입 금액은 모두 2조7000억 달러이며, 이는 지난해 세계 각국 총 수입액의 19.6%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쏟아붓는 자금을 우리 수출 기업들이 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동 지역도 유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동은 최근 2~3년간 고유가 덕에 재정이 건전해졌고, 외환보유액도 급증했다. 비록 4분기 이후 중동 지역 경기도 냉각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는 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역연구소 신 연구위원은 “70년대와 80년대 오일쇼크 직후 때만은 못하겠지만, 중동의 오일 달러도 우리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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