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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코소 일본문화 <7>동방신기, 紅白戰을 부탁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3호 07면

2008년의 첫 순간은 서울 홍대 앞에 있는 럭셔리한 노래방에서 맞았다. 그룹 ‘신화’의 열성 팬으로, 신화가 출연한 연말 시상식을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하겠다며 한국까지 찾아온 일본인 언니들과 함께였다. 몇 시간에 걸쳐 신화 1집에서 8집까지의 노래를 순서대로 불러대던 이 언니들, 해가 막 바뀌려는 11시59분이 되자 서둘러 노래방 책을 펼쳐 일본 그룹 ‘스마프’의 ‘세상에 하나뿐인 꽃’을 입력했다. “지금 ‘홍백전’에서 이 노래가 나오고 있을 거야. 홍백을 안 보고 해를 넘기려니 기분이 이상하네. 자, 이렇게라도 동참해야지.”

올해로 59회를 맞는 일본 NHK의 연말 가요 프로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 시청률로만 계산하면 일본인의 절반 가까이가 이 방송과 함께 한 해를 마감한다. NHK 특유의 촌스러운 무대에서 반짝이 의상의 60대 아저씨부터 10대 아이돌 그룹까지 차례대로 노래 부르기. 외국인의 눈에는 참으로 지루하게만 보이는 프로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성향 때문인지, 홍백전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유난하다.

11월 중순이면 올해 홍백전의 사회를 누가 보면 좋겠냐부터 홍백전에서 듣고 싶은 노래는 뭐냐는 설문조사가 줄줄이 진행되고, 11월 말 대망의 ‘홍백전 리스트’가 발표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누구는 올해 출연을 거부했다더라, 리스트에서 빠진 누군가는 “31일 스케줄 비워놨는데 엉엉~” 했다더라 등의 기사가 이후로도 계속된다.

다시 홍백전의 계절. 올해 사회자는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의 두 주인공인 나카이 마사히로-나카마 유키에(일명 ‘나카나카’ 커플)로 결정됐다. 또 그동안 홍백 출장을 거부해 왔던 인기그룹 ‘미스터 칠드런’이 처음으로 출연을 발표해 일본인을 흥분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출연자는 역시 홍백 무대에 처음 서는 ‘동방신기’다. “다른 나라 쇼 프로 한번 나가는 걸로 웬 호들갑?” 할 수도 있지만, 일본 데뷔 3년 만에 이룬 ‘쾌거’를 조금쯤 칭찬해줘도 좋지 않을까. 그동안 많이 컸구나 얘들아. 일본인들도 ‘헤어날 수 없는’ 멋진 무대를 부탁할게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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