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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악의 날 - 중수부장 교체 검찰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이 21일 오후 전격 교체되자 검찰 직원들은“검찰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며 경악해 했다.

검찰 내부에선 한보사건 수사에 대한 인책이라는'책임론'과 희생양이 됐다는'동정론'이 엇갈려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대검 간부들은 대체로 崔중수부장 인책에 대해“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은 만큼 새 수사팀이 김현철(金賢哲)씨 의혹사건을 말끔히 마무리해 검찰의 신뢰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기대.

그러나 일부 소장 검사들은“중수부 수사가 어떤 수사냐.총장및 그 이상의 결재없이 될 수 있느냐”며 김기수(金起秀)총장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金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崔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부장 전원을 총장실로 불러 중수부장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이번 인사는 내가 건의한 것을 장관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金총장이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만큼 이 방법밖에 없다고 장관께 건의드렸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한 뒤'그러나 결코 문책성 인사가 아닌 만큼 간부들은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했다

”고 소개.

…崔중수부장은 자신에 대한 교체방침이 전해지자 오후부터는 부장실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은채 두문불출(杜門不出)해 불편한 심기를 반영.

또 박상길(朴相吉).안종택(安鍾澤).이훈규(李勳圭)중수1~3과장과 박상옥(朴商玉)범죄정보관리과장등은 침통한 표정으로 중수부장실에 들러 崔부장을 위로.

崔부장의 한 측근은“평소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소문난 崔검사장이 혹시 사직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대세로 받아들이고 순응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본지 21일자 1면의'한보수사팀 교체'보도에 대해“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던 대검 간부들은 중수부장 교체가 사실로 확인되자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

대검의 한 간부는“5공 당시 저질연탄 사건으로 수사진이 문책성 인사조치를 당한 이후 처음 있는 문책 인사로 오늘은 검찰 사상 최악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 내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문책설이 먼저 나돈데 대해 크게 반발.

대검의 한 검사는“검찰이 하수처리장이냐”고 격분하며“부정부패 수사는 검찰책임이지만 한보의혹이 곪아터지도록 방치한 여야 정치권과 행정부는 책임이 없느냐”고 주장.

또 많은 검사들은“애당초 재경원이나 감사원등이 나서 한보철강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부터 조사한 뒤 검찰이 나서는 게 순리였다”면서“검찰의 성급한 칼날 휘두르기가 화를 자초했다”고 수뇌부를 성토.

…서울지검은 이날 오후 중수부장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그럴리 없다”며 이를 믿지않는 모습들.

서울지검의 몇몇 중견 간부들은“법무부가 검찰 내부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경질인사를 단행했다”는 말에 직접 법무부와 대검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이들은“특수 수사통이 새 중수부장으로 기용됐으니 수사에 좋은 성과를 올려 검찰의

명예를 되찾아 주길 바란다”고 신임 중수부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정철근.예영준.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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