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농촌인 경북 고령의 D고교 3학년 최은아(18)양은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사범대 과학교육계열에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합격했다. 최양은 “이과를 선택한 고2 때부터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해 ‘대가야교육원’에 들어갔다”며 “대도시 학원 못지않은 심화학습 교육으로 성적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2006년부터 지역 중·고생 1400여 명 중 각각 90명씩 180명을 선발, 강사료 등 교육비를 전혀 받지 않는 무료 공립학원인 대가야교육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최양은 지난 2년간 이곳에서 전문 강사에게서 국어·영어·수학 강의를 듣고 자율학습을 했다.
이 교육원 고3 수강생 29명 전원은 200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여기에는 서울대 2명, 경희대 2명 등 서울 소재 대학 합격생 7명이 포함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골 공립학원이 주목받고 있다. 지방 소도시라는 약점을 딛고 올 입시에서 명문 대학에 다수의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
◆각 지역으로 확산=전북 김제시는 올 7월 ‘지평선학당’을 설립했다. 중학 2~3학년생 40명과 고 1~2학년 80여 명이 수강생이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를 초빙해 국·영·수·논술·영어회화 등을 무료로 가르친다.
경남 산청군은 올 3월 기숙형 ‘우정학사’를 열었다. 중학생 92명과 고교생 26명 등 118명이 학원 출신 강사(9명)의 강의를 듣는다. 강사 연봉 5000만~9000여만원은 모두 산청군이 지급한다. 학생들은 한 끼당 식비 2500원만 내면 된다.
이런 공립학원은 2003년 6월 문을 연 전북 순창군의 ‘옥천인재숙’이 처음이다. 이후 경남 합천(종합교육관), 경남 밀양(머리벌학습관), 전남 곡성(아카데미), 강원 횡성(1318클래스), 경북 고령(대가야교육원) 등으로 늘어났다.
이들 공립학원은 우수학생을 뽑아 입시에서 중요한 국·영·수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자치단체가 연간 수억원의 운영비를 부담하고 학생에게는 책값·식비 정도만 받는다.
농촌 학생들은 대환영이다. 연간 8억원을 들여 종합교육관에서 중·고생 180명을 교육하는 합천군은 처음에 학생 120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늘자 기숙사를 추가로 지어 180명을 수용하고 있다. 고령 대가야교육원은 지원자가 늘면서 시험을 쳐 학년별로 선착순 30명을 뽑고 있다.
옥천인재숙의 경우 2009학년도 입시에서 고3 수강생 34명 중 절반인 17명이 4년제 대학에 이미 합격했다. 서울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대가야교육원의 박혜민(17)양은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 덕분에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재 유출 방지에 기여=순창군 강인형 군수는 “학생 한 명이 전학할 경우 가족 4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며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인구 감소를 막는 최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순창군의 경우 해마다 중학생의 전학이 이어졌으나 지난해엔 62명이 타지에서 전학오기도 했다.
산청고교는 지난 10여 년간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빚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123명이 지원, 11명이 탈락하는 이변을 낳았다. 산청고 하동진(50) 교무부장은 “공립학원이 학교와 보완작용을 하면서 군내 고교를 다녀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대도 있다. 대구대 사범대 김용욱 교수는 “세금을 사용하는 자치단체는 경쟁 위주 교육보다는 지역 특성을 살린 특성화 교육, 소외학생을 위한 교육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기 정책실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특정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진·장대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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