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기념비적 대하소설'토지''태백산맥'이 본격적으로 대학 강단에 선다.'토지'의 박경리씨는 연세대,'태백산맥'의 조정래씨는 동국대에 석좌교수로 이번 새학기부터 소설창작론을 강의한다.일제하에서 해방,해방에서 6.25로 이어지는
수난.혼란기를 민족의 생명력과 정서,그리고 민족의 언어로 형상화해 낸 두 대하소설 작가의 창작체험이 자꾸 국적.정체불명의 문장과 정서,개인사적 이야기로 치닫는 젊은 문학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지난 12일 첫 강의에서
박씨는“소설은 창작 아닌 복제품만 난무하고 시도 삶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취미생활로 전락했다”고 오늘의 우리 문학을 진단했다.이같은 현상은 편리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관념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는 박씨는 이제 다시 문학은“이성이나
합리.확실성에 매달리기보다 불확실성을 탐구하고 생명과 교감할 수 있는 문학적 감성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직 첫 강의에 들어가지 않은 조씨도 점점 퇴보하고 있는 소설의 문제점부터 지적해 들어가겠다고 밝힌다.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발랄하고 감각적인 측면에선 뛰어나나 도대체 문장의 기본구조부터가 안 돼있다”는 것.일제하에서 태어나
한글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원로작가들이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정확하게 살리고 있는데 비하면 젊은 작가들은 작가로서 최소한의 모국어에 대한 예의도 못지키고 있다는 것이 조씨의 지적이다.
조씨는“예술 창작은 논리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며“불교에서 말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처럼 나의 창작체험을 전해 스스로 깨닫게 하겠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