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전영태 지음, 생각의 나무, 304쪽, 1만5000원
김준근의 ‘기산풍속화첩’. 서로 교차되어 있는 낚싯대 끝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과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아버지가 함께 있다. [생각의 나무 제공]
책은 낚시를 주제로 쓴 그림 에세이다. 낚시와 닿은 그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풍성하다.
신사임당부터 폴 클레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림에 경험담을 엮어 유려한 이야기로 ‘낚아 올린’ 실력이 일품이다. 박두진의 시 ‘해야 솟아라’,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등 문학 이야기도 양념처럼 녹아있다.
야수에 가까운 모습의 남자가 고기를 잡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린 ‘득어도’(부심여)를 보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익살맞다. “크지도 않은 감성돔을 잡고 내가 그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약 오른 옆 사람들이 내가 꼭 미친놈처럼 날뛴다고 흉을 보았다. 그림 속 사내는 그때의 ‘나’와 다름없다.”
고기를 잡지 못하면 맑은 물을 위해 오히려 잘됐다고 말하다가도 금세 샐쭉해진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런 말들은 허탕을 친 것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낚시꾼의 욕망은 바람이 불면 둥그렇게 수수러졌다가 바람이 자면 도로 홀쭉해지는 돛과 같다. 무욕과 탐욕의 양 극단 사이에서 욕망의 그네를 뛰는 인간이 낚시인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담담한 고백도 털어놓아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낚시 그 자체를 즐기는 도를 말하기엔 내 나이가 젊고, 수양이 덜 되어 그 말을 할 수 있는 인격도 갖추지 못했다.”
욕망을 드러내는 솔직함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때론 일그러진 욕망이 되기도 한다. 화천댐에서 잡아다 어항에 넣은 황쏘가리가 먹이를 먹지 않자 분노해 “황쏘가리의 입을 벌려 강제로 작은 금붕어를 쑤셔 넣”는다. 다음날 아침, 황쏘가리는 검게 변한 채 물 위로 떠올랐단다. 이 책에서 유유자적을 읽으려 했다면 틀렸다. 제목에 ‘낚인’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머리말을 보니 절묘하다. “혹시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지렁이나 새우 따위의 물고기 미끼로 환생하고 싶다. 전생에서 내가 잡은 물고기들에게 나를 잡아드시라고 권해야 인연의 고리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