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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도 등소평추모 열기 '이미 중국일부' 실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덩샤오핑(鄧小平)사망을 애도하는 홍콩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국상(國喪)을 당한 모습이다.

휠체어에 타고서라도 홍콩에 오고 싶다던 鄧의 간절한 소망은 한낱 꿈으로 그쳤지만 그의 추모열기는 이미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홍콩정부는 20일 이례적으로 조기를 게양했다.홍콩이 아직은 엄연한 영국의 식민지임에도 불구하고 鄧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한 것이다.마오쩌둥(毛澤東)사망 당시에도 없었던 행동이다.크리스 패튼 총독은 이날 두차례에 걸쳐 鄧을 애

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신화(新華)통신사 홍콩분사 앞에는 조문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다.21일 하루 홍콩 조문객들은 당초의 예상을 넘어 1만명 이상에 달했다.

신화사 홍콩분사는 당초 오후5시30분 문을 닫을 계획이었으나 홍콩인들의 추모행렬을 막을 수 없어 오후7시까지 분향시간을 연장했다.분향소를 찾는 사람은 비단 친중국계 인사들뿐만 아니다.

언제나 중국 비난에 앞장서왔던 민주당도 양선(楊森)과 장빙량(張炳良)등 두명의 부주석을 파견,공개적으로 鄧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현직 홍콩정부 관리들도 앞다퉈 조문에 나서고 있다.

22일 오후3시30분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축구 예선전 한국.홍콩의 경기에서도 경기 시작전 1만6천여 관중이 1분간 鄧 사망을 애도하는 묵념을 올렸다.

홍콩섬과 주룽(九龍)반도를 잇는 페리 87척도 25일 추도식 때인 오전10시부터 1분간 고동을 울려 슬픔을 표시하기로 결의했다.홍콩의 입법국 내무위원회 또한 26일 회의에서 역시 1분간 묵념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다.홍콩 민건련(民建聯)은 21일 鄧 가족에 서신을 띄웠다.

바다에 뿌릴 鄧의 유골중 일부를 보관했다가 7월 홍콩이 반환된뒤 홍콩해역에 뿌려달라는 청원이었다.

97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듯한 홍콩의 모습이 鄧의 사망을 계기로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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