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ENA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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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 대학제도는 복잡하다.일반대학은 리세(고교)졸업후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거쳐 들어간다.이와 별도로 특수대학인 그랑제콜이 있다.바칼로레아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예비학교에 들어가 1년동안 공부,특별시험을 봐야 한다.이 때문에

그랑제콜은 일반대학보다 훨씬 높게 친다.

프랑스는 그랑제콜 출신이 지배한다.나폴레옹 시절 중앙집권을 강화하면서 정부에 필요한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것이 그랑제콜이다.현재 프랑스엔 3백여개 그랑제콜이 있으며,그중 대표적인 것이 에콜 노르말 쉬페리에르(고등사범).에콜

폴리테크니크(이공대학),그리고 ENA(국립행정학교)다.

고급공무원을 양성하는 ENA는 1945년 설립돼 비록 역사는 짧지만 영향력에선 단연 으뜸이다.ENA 출신,즉'에나루크'는 엘리트중 엘리트다.ENA는 대통령 두 명을 배출했다.지스카르 데스탱과 자크 시라크다.지난번 대통령선거에 출마

했던 세 후보,즉 시라크.리오넬 조스팽.에두아르 발라뒤르 모두가 ENA 출신이다.또 알랭 쥐페총리가 이끄는 내각 각료의 절반이 ENA 출신이다.그뿐 아니다.프랑스 상위 15개 제조업체중 12개,5개 은행중 4개의 최고책임자가 ENA

출신이다.

ENA 학생들은 셋으로 나뉜다.하나는 일반대학 학사 또는 석사학위 소지자와 그랑제콜 졸업생의 외부출신,5년이상 공무원 경력이 있는 내부출신,그리고 유학생이다.이중에서 주류는 외부출신이다.ENA 졸업성적 상위 15위를'그랑코르'라고

부르는데,외부출신이 이를 독차지한다.졸업후 국무원.재정감찰원.회계감사원 등 정부 핵심부서로 진출하는 것도 이들이다.

프랑스에선 요즘 반(反)ENA 무드가 팽배해 있다.ENA가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다.특히 최근 ENA의 학연과 관리들의 부패가 밀접히 연관돼 있음이 드러나자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시민단체'ENA를 반대하는 모임'은 폐교(

廢校)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 월간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관.재.법조.언론.경찰 등 6개 주요집단 지도급 인사 8백45명중 52.2%가 서울대 출신이다.특히 일개 단과대학인 서울대 법대출신이 30%를 넘는다.프랑스의 ENA 폐교운동과'서울대

망국론'은 닮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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